[클로즈업 북한] 北 코로나19도 '지배체제 강화' 수단

KBS 2022. 5.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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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까지 하면서 코로나19 최대 비상방역체제를 가동중인 북한인데요.

그런데,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처음 인정하고 나서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아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방역이 성공적인 것처럼 선전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4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북한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한데요.

우리 치명률과 비교해보면 과연 그럴까, 의문이 남습니다.

북한은 이게 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빠른 판단과 실행력 덕분이라며, 코로나19사태 완전 극복을 위해 충성과 결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 동요나 불만이 나올법한 코로나19 비상상황을 김정은 위원장 지배체제 강화에 역이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봅니다.

[리포트]

지난 21일, 정치국 협의회가 진행된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

마스크를 쓰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국 상무위원 등 북한 최고위 간부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건 김정은 위원장 뿐.

최근 북한 매체들은 이렇게 마스크를 벗은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17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와 22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발인과 영결식 때도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평양 약국을 시찰하며 마스크 2장을 겹쳐 쓴 것과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모습을 통해 방역 정책의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5월 21일 : "전국적인 전파상황이 점차 억제 되어 완쾌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사망자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전반적 지역들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하여 평가 했습니다."]

24일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5월 25일 : "지난 5월 23일 18시부터 5월 24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열자수는 11만 5,970여 명입니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2일 코로나19 발병을 공개하고 열흘도 안 지난 21일, 억제와 관리에 성공했다고 하는 북한, 과연 신빙성이 있을까?

현재 북한이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방역 조치는 격리와 봉쇄다.

[조선중앙TV : "전국의 모든 시, 군에서는 자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바늘귀만한 허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택 격리하고 약품과 식료품을 배달하는 모습은 우리의 초기 방역 시스템과 비슷하다.

[한진혁/평천구역인민위원회 : "동별로 100명 정도 봉사대를 조직해가지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식량, 남새(채소), 땔감을 비롯한 물품들을 전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격리, 봉쇄 조치의 진짜 이유는 치료제 등의 의약품은 물론 검사 장비까지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키 박/하버드 의대 북한프로그램 디렉터 : "열이 있는 사람이 3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무증상 감염자들이 돌아다니는 걸까요? 그래서 북한이 전국적으로 봉쇄 정책을 취한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봉쇄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주민들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방역 일꾼의 인터뷰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北방역 일꾼 : "우리 구역은 다른 구역과 달리 인구 수가 많습니다.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들지만 우리가 힘껏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방역조치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군인들의 전격적인 투입이다.

[조선중앙TV : "총비서동지께서는 인민군대 군의부문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하여 평양시 안의 의약품 공급 사업을 즉시 안정시킬 데 대한 특별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의약품 불균형 문제를 겪은 북한은 군인들을 총동원해 24시간 공급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北약국 직원 : "우리가 마음이 든든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오빠 같고, 내 동생 같고..."]

일반 약국은 물론 가정집까지 찾아가는 군인들의 모습은 각종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다.

["우리 원수님께서 보내주신 인민군대가 제일이고 난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 군인들이 약품 보장은 물론 환자들의 상태까지 직접 살피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北군인 : "벌써 인민들이 맨 처음에 파라세타몰이나 항생제를 찾을 때는 극성기입니다. 그런데 인민들이 안궁우황환이나 기침 멎이 약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회복기 들어갔습니다."]

위생 방역소에서 근무했던 의사 출신 탈북민 최정훈 씨는 북한의 취약한 의료 체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최정훈/前 북한 의사 : "의료진도 부족하고 결과는 상비약이란 게 대중약입니다. 열 나면 해열제 먹고 기침 나면 진해제 먹고 이런 건데 그건 의사가 보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서 북한군을 이끌어서 코로나 방역을 제대로 대응했다 아마 이런걸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죠."]

군 병력을 대규모로 투입한 만큼 또 다른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테판 모리슨/미국 CSIS 글로벌보건센터장 : "북한은 군이 방역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120만 군인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봉쇄나 격리가 이뤄지거나 강화될 것을 의미합니다. 군이 코로나19에 대한 보호책을 갖고 있는지 미지수입니다."]

현재 북한은 발열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휴유증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 선전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이다.

[려경선/고려의학종합병원 부원장 : "파뿌리를 5~7개를 물에 달여서 한 번에 마시고 생강을 강판에 갈아서 작은 술잔으로 반잔 정도 즙을 내서 잠자기 전에 마시면 열을 내리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정들에서 부항을 붙일 수 있습니다."]

완치자들도 민간요법으로 효과를 보았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北 주민/발열 완치자 : "생강탕 끓여서 마시고 그다음에 더운물 마시기도 하고, 소금물 가글도 계속하면서 치료했더니 바로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일정 부분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코로나19에 실질적인 치료법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정훈/前 북한 의사 : "이거 갖고 오미크론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료가 되냐 하는건 아직까지 과학적인 실험이 없잖아요. 우리가 왜 임상 실험 합니까 약을 개발해서. 그런걸 확인하고 확인이 되면 써도 되죠. 근데 북한에선 그게 안되니까 당장에 뭐라도 해야 되니까 살아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높이자 이래서 하는거지 직접 치료가 아니잖아요."]

국제사회 역시 북한식 방역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북한도 백신 접종을 비롯한 국제기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키 박/하버드 의대 북한프로그램 디렉터 :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와 진단장비 지원이 긴급히 요구됩니다. 충분한 검사 기계와 간이 검사기도 제공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에요. 동시에 백신 제공을 위한 중장기 계획도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봉쇄와 격리, 대규모 군 투입 등을 ‘명안’, ‘천리 혜안’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역 성과를 추켜세우고 주민들의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자화자찬식 홍보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이상 사망자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통계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격리 봉쇄를 하지만 보건의료시설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서 사망률이 0.0029를 보인다는 것은 통계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열자가 발생해서 치료자가 늘어가는 것은 지도력의 발휘고 그것은 노동당의 성과라고 홍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죠."]

김정은 위원장이 대동란이라할 만큼 초긴장했지만 지금으로선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이는 북한.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은 외면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치료와 방역 방법을 고수한다면 언제건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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