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직접 운구 장례식에 숨은 뜻

김세로 2022. 5. 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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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지난주 북한은 군 원로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 교육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거행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김 위원장이 직접 시신을 운구했잖아요?

묘지에 안장할 때도 손으로 흙을 뿌렸고요.

극진하게 예를 갖춘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특히 코로나 확산 중에도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을 동원한 데는 여러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데요.

김세로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평양 4.25 문화회관 앞에 수많은 군인들이 모여 있습니다.

[조선중앙TV] "조선인민군 원수 현철해 동지의 영구 발인식이 5월 22일 오전,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 19일 사망한 북한군 원수 현철해의 장례식.

김정은 위원장이 맨 앞에 서서, 북한 권력의 핵심 노동당 정치국상무위원 전원과 함께 관을 메고 나옵니다.

인민군 명예위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떠나는 영구차 앞에서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북한이 군 원로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른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례적입니다.

과거 김정일 체제 1등 공신이었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일성 시대부터 80년 가까이 3대에 걸쳐 군 생활을 한 인민군 원수 리을설의 국장보다 각별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이 다른 간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런 적이 있었죠. 이번에는 직접 운구를 메고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래서 현철해에 대해서는 좀 특별한 애정을.."

김정은 위원장은 심지어 현철해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 영결식 추도사'] "비통한 그날에도 동지의 침상 곁에서 잡으신 손을 놓지 못하시고 운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셨습니다."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

북한이 그의 마지막을 이렇게 특별하게 예우한 이유는 뭘까?

============ # 대를 이은 인연 ============

현철해는 6·25 당시 김일성의 호위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김일성 때 북한군 상장, 김정일 집권기에 대장으로 진급하며 군부의 이인자 지위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1996년 현철해의 친조카 부부가 남측에 귀순하면서 실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정일은 변함없이 그를 신뢰했고 자신이 가는 곳마다 빠짐없이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그에 대한 북한 수뇌부의 신뢰는 김정은 시대까지 이어졌습니다.

80이 넘은 나이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원수 칭호를 달았고 군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국방성 총고문이라는 직함으로 군의 원로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그가 북한이 가장 위기에 처했던 "고난의 행군" 시절 체제를 옹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 영결식 추도사'] "그처럼 엄혹했던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 위대한 장군님의 선군혁명 영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던 현철해 동지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예우의 배경으로 현철해가 김정은 후계체제와 권력 승계 과정에서 공로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

북한군과 간부들에게만 공개된 이 기록영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생전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고용희가 김정일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에 늘 동행하면서 선군정치를 도왔다는 내용입니다.

김정일- 고용희 부부 바로 곁 현철해의 모습이 보입니다.

[김정은 생모 고용희 기록영화] "병사들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기쁘다고 하시며 겹쌓인 피로가 다 풀리시는 듯.."

현철해는 고용희가 2004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후 그를 '선군조선의 어머니'로 우상화하면서 군부에서 김정은 후계체제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군부에서 고용희를 북한의 국모로 내세우는 그런 우상화 작업을 했기 때문에 결국 고용희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는 걸 그 당시 정당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철해가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자 교육도 담당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군 박정천 원수는 추도사에서 현철해가 김정은 권력승계에 큰 공헌을 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 영결식 추도사'] "우리 혁명의 생명선이며 핏줄기인 당의 영도계승 체계를 확립하는 데서 혁명의 원로로서 성스러운 책임과 역할을 다하였습니다."

또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군부 내 숙청도 주도했음을 내비쳤습니다.

[조선중앙TV '현철해 영결식 추도사'] "인민군대 안에서 감히 수령의 영도에 도전하고 혁명무력의 순결성과 전통을 거세 말살하려는 반당 반혁명분자의 책동을 낱낱이 밝혀내고 제압 분쇄하는 데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렇게 노동당과 수령에 충성한 군 원로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시함으로써 군부와 권력집단 내부의 충성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군 내부의 결속, 그리고 군이 충성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보여집니다. 일종의 정치행위로서의 추모의식.."

=================== # 코로나 속 추모분위기 조성 ===================

특히 코로나 사태, 그것도 전국적인 봉쇄와 격리가 진행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군대와 주민들을 대거 동원한 것은 '의리'와 '충성', 일심단결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특히 지금같이 코로나 상황이 어렵고 외부적인 위협도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다시 한번 뭉치자'라는 것을 재생산하는 그런 기억의 소환은 매우 중요한 행사기 때문에 그렇게 현철해에 대해서 극진한 대우를 했다고 판단이 됩니다."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하는 코로나 보건위기에, 식량난, 물자난, 그리고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압박까지 거세지는 중첩된 위기 상황.

김정은이 직접 이끈 현철해의 성대한 장례식은 군대와 권력 내부, 그리고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 거대한 정치이벤트인 셈입니다.

통일전망대 김세로 입니다.

영상편집: 김병환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7321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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