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진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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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반가웠던 장소는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세인트레지스호텔이었다.
필자는 2006∼ 2007년 북핵 6자회담을 취재하러 베이징 출장을 10차례 가까이 다녀왔는데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숙소가 이 호텔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20∼24일) 역내 안보 이슈로는 북한보다 대만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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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작년 8월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반가웠던 장소는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세인트레지스호텔이었다.
필자는 2006∼ 2007년 북핵 6자회담을 취재하러 베이징 출장을 10차례 가까이 다녀왔는데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숙소가 이 호텔이었다.
이곳에서 매일 밤 힐의 간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미·중·일·러시아 등 각국 기자 수십 명에 매일 '점령'당했던 호텔 로비의 활기는 이젠 기억하기 허망한 추억이 됐다.
필자 개인의 추억만 '흘러간 이야기'가 됐다면 무엇이 대수랴만 '북한 비핵화 협상' 또는 '북핵 외교' 자체가 '흘러간 이야기'처럼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21일 나온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펴 본다.
양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빈틈없는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안이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방법론은 모호했다.
반면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 개시",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 등 대북 억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정상회담 내용만 보면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진 않았으나 '자타공인'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억지하는 쪽에 한미 대응의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인상을 준다.
북한 핵무기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 차원의 대응을 강화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나 북한 핵무기와 관련한 '현상타파'의 구상과 의지는 최소한 공동성명에서는 찾기 쉽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20∼24일) 역내 안보 이슈로는 북한보다 대만이 뜨거웠다. 지금 미국에게 북핵 문제는 외교 현안 우선 순위 '1그룹'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냉전 종식 이래 최대 갈등 와중에 한미일의 해법에 동조할 생각이 없음을 27일 안보리 대북제재 표결때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보여줬다.
북한은 핵무기를 끼워서 쏠 수 있는 단·중·장거리 미사일들을 올초부터 제약없이 발사한데 이어 한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전술 핵무기 실험을 앞둔듯 보이는데 '비핵화 협상' 또는 '비핵화 외교'는 단순한 목표로만 남게 된 것일까?
북핵은 질과 양에서 점점 고도화하고 있는데 '싱가포르 공동성명' 체제 다음의 새 북핵 협상 틀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우크라이나를 지켜본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는 담론만 맹위를 떨친다.
결국 무심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라도 위협의 실체를 국민에게 바로 알리고,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되었든, 군축 협상이 되었든 '북핵 외교'의 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답방때는 미국의 우선 순위 목록에서 북핵 문제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이런 노력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우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인원과 예산부터 상당부분 대북 억지력 확보 쪽으로 옮겨야할 것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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