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쇄국주의 확산에 각국 '휘청'..美 인플레·연준 긴축 가속화 위험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식량 쇄국주의가 개발 도상국은 물론 선진국까지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 압박으로 밀부터 설탕, 닭고기, 식용유까지 주요 식품의 수출을 제한해 자국민을 위한 공급물량 확보에 나선 개도국들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쌀수출국 인도가 쌀까지 제한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식량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수출 제한으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져 금리인상 강도가 더 커져 결국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농산물 쇄국주의 2008년 이후 최고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공급이 부족해질 위험이 커지며 다른 식량까지 수출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금지해 전체 닭고기 공급의 1/3를 말레이산에 의지하는 싱가포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도는 밀과 설탕에 이어 쌀까지 수출제한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판매를 제한했고 곡물수출량을 할당하는 국가들도 늘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여개 국가들이 식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피치솔루션의 사브린 초드리 원자재 본부장은 "농산물 쇄국주의가 2007~2008년 곡물대란 이후 최고에 달했다"고 말했다. 초드리 본부장은 "올해 확실히 식량 쇄국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심해져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최빈국들의 식량안보 위험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밀·설탕 이어 쌀 금수 검토
유엔의 글로벌 식품가격지수는 2020년 여름 이후 70% 이상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수출이 막히고 공급망 정체가 심해지면서 식품가격은 사상 최고에 근접했다.
노무라증권의 소날 바르마 인도아시아(일본 제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서 농산물에 대한 수출제한이 늘어날 위험이 크다며 글로벌 식품 가격을 더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밀과 설탕에 이어 쌀까지 수출을 제한할 경우 수백만명을 기근 위험으로 몰고 가며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식량 쇄국주의의 피해는 개도국 뿐 아니라 선진국의 저소득층도 입을 수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소니아아크테르 농업학과 교수는 가격 상승은 "소득 대비 식품 지출이 높은 가난한 이들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을 수입하는 국가 뿐 아니라 생산국의 농업 종사자들 역시 높은 국제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피해를 입는다. 아델레이드 대학의 데이비드 아담슨 글로벌식량자원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쇄국주의는 식량안보 측면에서 최악의 일"이라며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애크먼 "미친 인플레 멈추려면 긴축 아니면 경제 붕괴"
앞으로 식량 쇄국주의가 확산하면 비용은 더 오르고 소비자 구매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힘든 과업을 더욱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목표하는 경제 연착륙은 더욱 요원해지며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제까지 붕괴할 수 있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연준은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조여야 하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오늘날 미친 듯이 날뛰는 인플레이션을 멈출 유일한 방법은 공격적 통화긴축 아니면 경제 붕괴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금리인상은 집부터 자동차까지 소비재뿐 아니라 사업 확장에 필요한 항목들을 대출하는 비용이 오른다는 얘기다. 그러면 소비자와 기업은 결국 지출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겠지만 성장도 둔화한다.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률로 세계 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커지고 전세계 생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피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경기가 가라 앉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올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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