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현미경]자사주 사면 뭐해..셀트리온 주가는 '지하실' 신세

강은성 기자 2022. 5.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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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 들여 자사주 매입해도 주가부양 미미.."합병용이냐" 지적도
증권사 목표가, 줄줄이 하향..'신제품' 나오는 하반기 반등 기대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셀트리온 공장의 모습. 2020.11.6/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셀트리온이 주가 부양을 위해 올 들어서만 3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3거래일간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연초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 만회 수준도 못된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단순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부양이 안되고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주가 부양이 될 수 있다며 소각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증권가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에 기대를 걸어보면서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어 주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셀트리온은 1.3% 오른 15만6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5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지난 19일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날까지 시계열을 넓혀보면 상승세가 완연하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 전략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50만주를 장내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8월18일까지 712억5000만원 규모로 취득한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에 54만7946주, 2월에 50만7937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올 들어서만 3번째다. 이번 추가 매입으로 셀트리온은 올해 155만5883주, 약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다. 현재까지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셀트리온의 상승이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 효과'에 힘 입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소위 '자사주 약발'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2% 이상 하락했다. 1월초와 비교하면 22%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2020년 하반기 사상최고점과 비교하면 무려 60% 이상 하락한 수치다.

회사는 올해 3번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하락한 주가를 부양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주기 때문에 대체로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국내에선 일부 회사가 여윳돈(잉여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이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자사주 효과로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고 주가는 도로 하락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인수합병이나 인적분할 등에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부려 지배력을 강화한다든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는 등 대주주의 '사욕'을 챙기는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기업이 단순 자사주 매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소각을 통해 유통가능주식 자체를 줄여 진정한 의미의 '주주환원'을 이뤄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셀트리온 주주게시판 등에는 "자사주를 사들이긴 했지만 소각을 하지도 않고, 소각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 하다"며 "이쯤되면 자사주를 사들여 합병에 유리한 비율을 만들려고 회삿돈을 유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주행동운동인 '세이브코스피'를 주도하고 있는 이효석 업라이즈 이사는 "미국 등 해외의 경우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즉각 '상각'처리되면서 매입한 자사주가 없는 주식이 된다.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주식시장에선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이 비중을 높여 주주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주주 연합회 회원들이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셀트리온 본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하락한 셀트리온 주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독자제공)2021.12.15/뉴스1

증권가는 셀트리온이 쌓아두고 있는 1조원 규모의 현금을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 보다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것에 일부 아쉬움을 보이기도 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회사내에 쌓아두고 있는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R&D 등에 재투자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2500억원의 현금을 자사주 취득에 투자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허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현재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는 향후 인수합병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키움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20만원, 흥국증권은 19만원, 신한금융투자가 19만8000원 등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26일 기준 셀트리온의 목표주가 평균치(컨센서스)는 20만2250으로, 3월 23만8000원, 1월 28만6000원보다 계단식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셀트리온 리포트를 발행한 증권사 중 단 한곳도 목표가를 상향한 곳은 없고 모두 종전 목표가를 유지하거나 하향했다.

다만 증권가는 하반기부터 셀트리온의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진단키트와 인플렉트라 비중 증가 등으로 셀트리온의 1분기 수익성이 낮아졌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신제품 공급 증가로 점차 수익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셀트리온은 올해 하반기 유럽에서 아바스틴 시밀러를 출시할 예정이며, 오는 2023년7월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아바스틴 시밀러, 스텔라라, 램시마SC 등의 미국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이에 따라 실적 역시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게 허 연구원의 관측이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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