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탓 폐기물 관리 문제 악화..'순환 경제' 전환이 기회"

이선목 기자 2022. 5. 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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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토니 워커 캐나다 달하우지대 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 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인류가 오랜 숙제였던 쓰레기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가 일시 중단됐고, 처리가 어려운 의료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팬데믹이 바이러스 팬데믹을 넘어서는 인류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순환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을 좀 더 효율적이고, 쉽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들이 각광 받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돈이 몰리면서 산업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폐기물 처리 관련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등장했고, 대기업에서도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쓰레기 골드러시’ 기획을 통해 폐기물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해 봤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토니 워커 달하우지대 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 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 /달하우지대·GPAP 제공

쓰레기 문제는 전 인류의 오래되고 어려운 숙제다. 2018년 세계은행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체 폐기물 배출량은 연간 20억t을 넘었다. 세계은행은 인구 증가와 도시화 여파로 폐기물 배출량이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25억9000t, 2050년에는 34억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쓰레기 문제는 또다시 주목받았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배달이나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했고, 방역과 위생을 위해 각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규제가 일시 폐지되거나 시행이 연기됐다. 여기에 일회용 마스크, 진단 키트, 주사기, 방진복 등 의료 폐기물까지 크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팬데믹이 인류를 더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캐나다 달하우지대 토니 워커(Tony Walker) 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는 “팬데믹은 지구의 폐기물 관리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특히 폐기물 관리 인프라가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커 부교수는 약 30년 동안 플라스틱 오염 영향에 관해 연구해왔다.

크리스틴 휴즈(Kristin Hughes) 국제 플라스틱 행동 파트너십(GPAP·Global Plastic Action Partnership) 이사 겸 세계경제포럼(WEF) 집행위원은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조약이 효과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GPAP는 2019년 WEF가 플라스틱 폐기물과 오염 근절을 목표로 세운 글로벌 공공·민간 협력체다. 휴즈 이사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플라스틱 쓰레기 없애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원을 사용하는 모든 주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쓰레기 문제에 미친 영향은.

워커 “팬데믹으로 플라스틱이 주원료인 의료 폐기물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초기 전 세계에서 매달 평균 1290억 개 마스크와 650억 개 장갑이 사용됐다. 개인 방역용품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지구는 전례 없는 오염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에 보급된 코로나19 백신, 진단 키트 등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의료 폐기물을 발생시켰다.”

휴즈 “플라스틱은 팬데믹 당시 필수품이었던 마스크와 소독제 용기의 주원료다. 이런 일회용 플라스틱, 주사기 등 방역용품 활용이 급증하면서 폐기물 오염을 악화했다. 의료 시설에서는 플라스틱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고, 많은 국가가 이미 시행했던 플라스틱 금지 제도를 중단했다. 여기에 (사회적 격리로 인한) 일상생활 방식의 변화와 재활용 시설의 폐쇄 등도 폐기물 문제를 더 심각하게 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의료 폐기물이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부담을 주면서 사람과 환경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한가. 경제·산업적 여파는.

워커 “개인 방역용품이나 진단 키트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서 발생한 쓰레기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게 문제다. 이 폐기물이 보통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지에서 처리되고 있다. 그런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력이나 매립지 등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의료) 폐기물이 급증해 관리 자체가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의료 폐기물은 유해 물질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온 소각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폐기물 관리 기반 시설이 부족한 일부 저소득 지역(국가)에서는 이를 적절치 못한 온도에서 태우거나 불법적으로 투기해 환경 오염을 심화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지만, 더 나빠진 것이다.”

휴즈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지만,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와 순환 경제(자원 절약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를 발전시키는 데 더 많은 민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에 따르면, 순환 경제 시장은 2030년 4조5000억달러(약 583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순환 경제 성숙도는 8.6%에 불과하다. 즉, 더 많은 협업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는 이를 주목해야 한다. 기회가 눈앞에 있다.”

기존 플라스틱 폐기물 규제가 있지 않나.

워커 “그렇다. 이미 많은 관련 규제가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플라스틱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또 유럽 등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 생산자에게 해당 제품이나 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한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해왔다.”

‘제로 웨이스트’가 실현 가능할까.

워커 “플라스틱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폐기물) 해결책과 접근 방식 및 전략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시행돼야 한다. 지난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결의안이 채택됐다.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플라스틱 ‘폐기’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 등 전 생애주기를 다루며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새 플라스틱(virgin plastic)’ 생산량 상한제 등이 제시됐다.”

휴즈 “제로 웨이스트는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재활용 업체뿐만 아니라 정부, 생산자(기업)부터 소매 업체, 소비자까지 모두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재활용만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다. 즉,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재료를 연구, 발굴하고 폐기물을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재생 원료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폐기물 문제와 관련해 기업에 조언한다면.

휴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가 확산하면서 기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을 그린워싱(green washing·실제로는 친환경과 무관하면서 친환경임을 표방하는 행위) 목적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비즈니스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내일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폐기물) 거버넌스 목표인 순환 경제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전략을 재정비하고, 구체적인 (폐기물 순환) 목표를 설정해 공급망 전반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

폐기물 정책으로 가장 주목하는 국가는.

워커 “많은 국가에서 폐기물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8년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격 금지했다. 이후 점차 수입 금지 품목을 확장했고, 2021년부터는 모든 고체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폐기물을 수입하던 다른 개발도상국도 이런 행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언은.

워커 “대부분의 기존 폐기물 정책은 단편적이다.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사용, 소비 등 전 과정을 관리할 더 엄격한 법과 규제를 비롯해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 시스템, 재활용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로 플라스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플라스틱) 수요 절감 방안, 폐기물을 다시 에너지로 전환하는 순환 시스템 등을 모두 담은 정책 로드맵이 필요하다.”

휴즈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변화를 끌어낼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순환 경제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실제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와 재활용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금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정답이 있는 국가는 없다.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책은 한 사람이나 어떤 정책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사회 커뮤니티 전체 통찰과 혁신, 학습을 통한 행동과 실천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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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Part 1. 팬데믹 올라탄 쓰레기 처리 산업

①인류 위협 골칫덩이에서 돈 몰리는 ‘금맥’으로

②[Infographic]쓰레기 팬데믹 위협과 기회

Part 2. 쓰레기 처리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

③[Interview] ‘쓰레기 유니콘’ 루비콘 르나우드 드 비엘 카스텔최고운영책임자(COO)

④[Interview] 카를로스 몬레알 플라스틱에너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로저 엔시나 CEO

⑤[Interview] 2년간 폐기물 처리 기업 9곳 인수,SK에코플랜트 에코플랫폼 BU 권지훈 대표

⑥[Interview] ‘스마트 폐기물 관리 기업’ 리코 김근호 대표

⑦[Interview] ‘플라스틱 회수하는 AI 로봇’ 개발수퍼빈 김정빈 대표

Part 3. 전문가 제언

⑧[Interview] 토니 워커 캐나다 달하우지대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

⑨[Interview] 롭 캐플런 서큘레이트 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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