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짐꾼' 대형수송기 도입, 순조롭게 이뤄질까 [박수찬의 軍]
C-130, CN-235 수송기를 운용중인 한국군도 재해 재난 대응과 국제평화, 전시 공수작전 등의 임무 소요 확대에 대비해 7100억 원을 들여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을 국외 상업구매 방식으로 추진중이다. 하지만 사업 진행 구조 등을 놓고 방산업계의 우려가 높다.
◆C-130J·A400M 유력 후보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지난 19일 대형수송기 2차 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참가를 원하는 해외 업체들은 방위사업청이 제공하는 제안요청서를 토대로 8월 24일까지 제안서와 가격입찰서, 비용 분석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컨소시엄은 국내 업체 간 과도한 경쟁 방지와 해외 업체에 대한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단일 팀으로 구성됐다. 방산업계에서는 국내 방위산업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해 20여 개 업체가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 참여 기종으로는 미국 록히드마틴 C-130J-30, 유럽 에어버스 A400M, 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가 거론되고 있다.
군과 방산업계에선 C-130J-30과 A400M이 실질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한다.
C-130J-30은 서방 세계 수송기 베스트셀러인 C-130의 최신형인 C-130J 동체를 약 4.6m 연장한 기종이다. 18t의 화물을 실었을 때 4425㎞를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공군도 4대를 운용중이다.
에어버스가 만든 A400M은 C-130과 C-17의 중간 체급으로 개발된 기종으로 8900㎞를 날아간다.
최대이륙중량이 C-130의 두 배인 A400M은 NH90 또는 CH-47 헬기 1대, 스트라이커 장갑차 2대 등 다양한 대형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항속거리가 길어 적재량을 조절하면 멀리 떨어진 분쟁지역에 특수전부대를 파견하거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2015년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영국 공군 소속 A400M이 페리 비행(탑재물 없는 비행)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이 실시한 아프간 철수 작전 당시 스페인 등이 A400M을 투입, 현지인과 자국민을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같은해 A400M 운항국가 중 최초로 1만여 시간 비행 기록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도 A400M 구매를 결정했다.
방산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을 참여하게 하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 추진 방식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송기 제작에 쓰이는 구성품이나 장비는 ‘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수송기 제작에 참여한 전례가 없는 국내 기업이 관련 제품을 만들려면 생산라인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수십억원 규모의 기반 투자가 필수다.
거액의 투자를 하려면 사전에 생산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이 제작한 구성품이 탑재될 수송기 도입 규모는 3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입장에선 물량도 별로 없는데 투자를 하면 손해 볼 게 뻔히 보이지 않겠나. (수송기 도입) 물량이 너무 적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품 산업 종사 경험이 있는 관계자도 “코로나19 등으로 유럽, 중국 항공기 부품업체들도 나가떨어지고 원자재 가격도 급등해 업황이 안좋다”며 “사업을 접은 유럽 업체에서 싼값에 기계를 들여와 부품 만들면 될 것 같지만, 국내 수요가 작으니 이윤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 입장에서도 현재의 사업 구조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최첨단 수송기를 구성하는 부품이나 장비를 확보하려면 그물망처럼 정교한 서플라이 체인이 필수다. 약간의 틈만 있어도 비행안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과 에어버스를 비롯한 글로벌 항공우주산업체가 새로운 협력업체를 서플라이 체인에 추가할 때 엄격한 심사를 진행한다.
가계약이나 의향서(LOI)로 사업 일정을 맞출 수 있지만, 법적·기술적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국내 업체가 제작한 구성품이나 부품을 수송기 제작업체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과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시험하고 인증하는 절차까지 감안하면, 비용과 시간의 추가 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업체가 만든 구성품이나 부품에 이상이 발생, 수송기에 결함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도 문제다.
수송기를 납품한 해외 업체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해외 업체가 “국내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새로운 납품업체와 협력하도록 한 방위사업청의 정책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해외·국내 업체와 방위사업청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정을 중시하면 품질 리스크가 있고, 품질 보장에 초점을 맞추면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형수송기를 사용할 공군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전·평시 수송과 해외 파견 등 운용 소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송기 관련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특수작전용 C-130H 수송기 성능개량은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 문제로 사업 기간이 2021년에서 2024년으로 연장됐다. CN-235 수송기에 최신 피아식별장치를 장착하는 사업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완료 시기가 늦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수송기 2차 사업도 차질을 빚는다면, 육군이나 해군 사업에 밀려 추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있다.
국산 수송기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확보한다면, 일본처럼 국산 수송기와 특수목적기를 함께 운용할 수 있다. 전투기·수송기·특수목적기를 생산하는 국가로 거듭나는 샘이다.
다만 독자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있는 만큼, 수리온 헬기처럼 선진국 업체의 지원을 받으면 보다 쉽게 수송기를 개발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소요군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제때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 산업 육성이나 수출도 중요하지만, 군의 무기 소요를 철저히 충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형수송기의 조속한 도입을 간절히 원하는 공군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들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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