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잠 못 이루는 토종 OTT.. 해결책은 수출·요금인상·정부 지원
제작비 인상, 콘텐츠 만들수록 적자 폭 커져
글로벌 OTT,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살길 모색
토종 OTT, 해외 진출로 규모의 경제 실현
“실적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최근 열린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는 지난해 2301억원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58억원으로 적자폭이 전년(169억원)보다 3배 이상 커졌다. K콘텐츠 열풍으로 매출 규모를 확대되고 있지만,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OTT 업계 간의 경쟁을 위해 신규 콘텐츠 제작 비용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토종 OTT 업계의 글로벌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토종 OTT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총 1568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 회사 모두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는 더욱 커졌다. 매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티빙의 영업손실이 762억원으로 가장 컸고, 웨이브(-558억원), 왓챠(-248억원) 등의 순이다.
토종 OTT 기업의 적자 폭이 늘어난 것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콘텐츠 제작 비용에 있다. 이 대표는 “과거 드라마 한 편당 제작비가 3억 정도였고, 광고비는 5억~6억원이라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편당 제작비가 15억~16억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해외 OTT와 경쟁하기 위해, K콘텐츠를 내놓을 때마다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국내 시청자만의 수익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 OTT는 생존을 위한 대규모 콘텐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웨이브와 티빙은 ‘조(兆)’ 단위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 티빙은 5조원을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왓챠도 수천억원대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토종 OTT가 수익성을 높일 방안으로 ▲요금 인상 ▲해외 진출 ▲정책 지원 등을 꼽는다. 하지만 요금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업계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요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가입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가격을 인상하자, 가입자 수가 급감하기도 했다.
이에 글로벌 OTT 업계는 ‘저가형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 유치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가입자 이용료를 낮추는 대신해, 콘텐츠에 광고를 삽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K콘텐츠의 해외 진출도 수익성 향상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의 가입자 수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힘겨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왓챠는 지난 2020년 일본에 진출했고, 향후 미주, 유럽 등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티빙도 여러 사업자와 협력해 올해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K콘텐츠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TT 주무 부처를 자처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25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OTT 업계와 만나 “국내 OTT가 협소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도 “해외 진출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OTT 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 등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 주목을 끄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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