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세포 섬모처럼 유체 흐름 만들어내는 인공 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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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6일 표지로 하늘거리는 붉은 섬모들 사이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인공 섬모의 모습을 실었다.
섬모는 세포 표면에 작은 털처럼 난 실 모양의 기관이다.
생명체가 만든 훌륭한 기계장치인 섬모를 과학자들이 인공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타이 코헨 미국 코넬대 물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백금으로 만든 섬모를 이용해 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섬모 배열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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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6일 표지로 하늘거리는 붉은 섬모들 사이 강철로 만들어진 듯한 인공 섬모의 모습을 실었다. 섬모는 세포 표면에 작은 털처럼 난 실 모양의 기관이다. 하늘하늘 움직이며 주변 체액을 움직여 다양한 기능을 만든다. 뇌에서는 뇌척수액을 밀어내 쌓이지 않고 흐르도록 돕는다. 폐에서는 가래와 먼지를 제거해 다른 기관과 조직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생명체가 만든 훌륭한 기계장치인 섬모를 과학자들이 인공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타이 코헨 미국 코넬대 물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백금으로 만든 섬모를 이용해 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섬모 배열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섬모를 모방한 기계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어려움이 컸다. 두께가 수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에 불과한 구조를 만들기도 어려운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는 섬모를 만들려면 복잡한 제어장치를 작은 섬모에 달아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공기 중이 아닌 끈적한 물과 같은 액체 속에서 움직여야 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점도 해결해야 했다.
연구팀은 전기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섬모 구조를 만들어냈다. 개발된 섬모는 긴 막대기 구조로 길이 5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너비 10㎛에 두께 10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다. 몸체는 백금으로 만들었고 한 면에 티타늄을 덮었다. 전압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교류 전력을 걸면 섬모의 백금 부위에 이온이 달라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섬모가 휘어진다.
연구팀은 8개씩 섬모가 달린 줄이 8개 들어간 정사각형 칩 16개를 만들었다. 칩 16개를 붙이면 가로세로 1cm 크기로 1024개 섬모가 들어간 인공 섬모 카펫이 된다. 여기에 전압 1V를 가하자 주변 유체가 초당 수십 마이크로미터 속도로 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헨 교수는 “섬모들을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순환하는 흐름이나 두 경로로 분할한 다음 다시 합쳐지는 흐름도 만들 수 있다”며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빛으로 가동되는 상보형 금속산화물 반도체(CMOS)를 카펫과 결합한 장치도 선보였다. 컴퓨터에 장착되지 않고도 빛으로 신호를 전달해 작동할 수 있는 장치다. 유체 흐름을 전기 없이 만들면 혈액이나 침을 분석하는 저비용 유체 진단 시스템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코헨 교수는 “미래에 사람들이 작은 장치를 가지고 혈액 한 방울을 발라 모든 분석을 수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며 “펌프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1~10달러 정도 비용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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