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친정으로 U턴한 '연어 차관' 전성시대

윤희훈 기자 2022. 5.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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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첫 차관 인사 퇴직 관료 대거 발탁
인사에 담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 의지
공직사회선 '인사적체 심화' 우려 목소리도

윤석열 정부의 초대 각 부처 차관으로 공직을 한 번 떠났던 OB(올드보이)들이 대거 귀환하면서 정권 교체로 인한 ‘연어형 인사’가 대세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OB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경제 정책의 정상화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각 부처마다 인사 적체가 심한데 OB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승진길이 더 멀어졌다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1965년생으로 행정고시 34회인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차관보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를 맡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떠났다. 기재부 차관보가 차관급 공직을 맡지 못하고 외유를 떠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관가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 이력이 승진의 걸림돌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 관가에서는 방 차관의 귀환에 대해 “정권 교체 효과가 드러난 대표 사례”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행시 30회인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귀환은 더욱 극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을 지낸 이력 탓에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을 전전했다. 타 부처 장관보다도 행시 선배격인 이원재 차관은 국토부 주택정책관, 토지정책관, 건설정책국장 등을 거친 주택 정책 전문가다. 이 때문에 왕(王)차관급인 이 차관의 기용을 정치인 출신 원희룡 장관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시장 원리에 입각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가 상당 부분 이 차관의 손 끝에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차관과 2차관은 모두 경북 포항 출신 OB들로 채워졌다. 1966년생으로 행시 35회로 입부한 장영진 1차관은 산업부 기조실장을 지내다 올초 퇴직한 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장 차관으로선 석달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장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미 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내기도 했다.

1964년생인 박일준 제2차관은 행시 31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 차관은 2018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끝으로 퇴직하고 한국동서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3년 임기를 마친 그는 올 3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에 취임했으나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다.

환경부 차관도 2020년 2월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을 끝으로 퇴임했던 유제철 환경산업기술원장을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국세청장도 문재인정부에서 좌천성 인사로 옷을 벗었던 김창기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명했다. 국세청에서 퇴직한 인사가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OB 기용은 경제팀 뿐만의 일이 아니다. 외교부의 조현동 제1차관과 이도훈 제2차관, 통일부의 김기웅 차관도 각 부처의 OB들이다. 외교부 내 대표적인 ‘북미라인’인 조현동 차관은 노무현정부 때 ‘자주파 대 동맹파’ 논쟁이 벌어졌을 때, 사석에서 “영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미 외교를 하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직해임을 당했던 인물이다.

OB 관료들이 대거 복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친청제체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고위직 진출이 무산된 관료들을 내세워 관료 사회 장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부친 문재인 정부가 교수·시민단체 출신을 부처 차관 등으로 전진배치 시키며 이상주의적 정책 실험을 한 것과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고물가·저성장의 경제위기가 몰아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관록이 있는 고참들이 중용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관료들을 대거 발탁한 것은 이들의 전문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행정은 행정 전문가인 관료들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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