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같지 않건만..LAA, '오타니의 역설' 피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안형준 입력 2022. 5.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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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에인절스가 곧 '오타니의 역설'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LA 에인절스는 지난해 최고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2018년 전미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 데뷔한 오타니 쇼헤이는 데뷔시즌 '체험판'처럼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투타겸업을 지난해 완벽하게 완성했다. 지난해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23경기 130.1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타자로 158경기에 나서 .257/.372/.592 46홈런 100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최근 인기 하락에 고심하던 메이저리그는 오타니가 '야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관심을 끌어모은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선수가 등판을 마친 뒤에도 지명타자로 계속 타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오타니 단 한 명만을 위한 특별규정이었다. 지난해에는 선발등판 날 마운드를 내려가면 타석에서도 빠져야했던 오타니는 올해 마음놓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그야말로 '투수 오타니'와 '타자 오타니'가 완벽히 분리된 셈이다.

지난해 에인절스 주전 지명타자였던 오타니는 올해에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경기 후반 팀 타격 약화에 대한 부담으로 간혹 선발등판일에 타자로 출전하지 않았던 오타니가 올해는 줄곧 라인업을 지킨다는 것이다. 조 매든 감독 입장에서도 지난해에는 오타니가 빠진 뒤 내셔널리그처럼 투수 타석이 돌아오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타니를 뺄 이유가 없어졌다. 오타니는 5월 27일(한국시간)까지 지명타자로 45경기, 195타석을 소화해 에인절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다.

당연한 일이고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단, 그건 오타니가 지난해와 같이 리그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타자일 때의 얘기다. 하지만 오타니는 올시즌 타석에서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타니는 27일까지 45경기에서 .249/.318/.446 9홈런 29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첫 45경기에서 기록한 성적(.269/.326/.632 15HR 38RBI 6SB)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이 시점과 비교해 OPS가 거의 0.200정도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이맘때 오타니는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였지만 현재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전체 60위권의 OPS를 기록 중인 '조금 준수한' 수준의 타자다.

문제는 오타니 본인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상황와 맞물릴 때 발생한다. 오타니가 지명타자 자리를 빠짐없이 독점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은 이 자리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많은 이닝을 수비해 체력 안배가 필요하거나 수비에 나설 정도의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타격은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모두 벤치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에인절스 우익수 테일러 워드는 지난 2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전에서 펜스와 충돌했다. 어깨와 목에 통증을 느낀 워드는 MRI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어깨에 조금 불안이 남아있어 타격은 가능하지만 수비에 투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 바로 지명타자 자리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매든 감독은 워드를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대타로 단 한 타석 기용하기 전까지 5일 연속 벤치에 앉혔다. 약 2-3일 전부터는 매든 감독도 워드에 대해 '타격 출전은 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출전은 없었다. 27일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한 것도 워드의 타격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가 허리에 불편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올시즌 워드는 '평범한 외야수 1명'이 아니다. 펜스 충돌 전까지 30경기에 출전해 .370/.481/.713, 9홈런 23타점을 기록한 선수였다. 부상을 당하던 시점에 워드는 메이저리그 타격 비율지표에서 선두에 올라있었다. 에인절스 리드오프인 워드는 올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고 '지난해 오타니가 있었다면 올해는 워드가 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뜨거운 타자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굉장한 가치를 갖는 선수고 팀 성적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지만 올시즌 오타니와 워드 중 누가 더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자인가를 묻는다면 답은 당연히 워드다.

하지만 오타니에 막혀 워드는 '칠 수 있는 상태'임에도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워드가 타석에 나설만큼 회복했음에도 벤치를 지키는 동안 오타니는 안타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워드 뿐만이 아니다. 현역 최고의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 역시 지명타자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체력 소모가 많은 중견수인 트라웃은 1년에 5-60타석 정도를 지명타자로 소화하는 선수지만 올해는 지명타자로 단 8타석만을 소화했다. 아예 출전하지 않은 경기가 벌써 5경기나 된다. 올해도 역시 1.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트라웃이지만 지명타자 자리에는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결장한 트라웃은 구단 입장에서 '특별 관리'를 해줘야하는 선수지만 지명타자로 뛸 수는 없다. 에인절스 야수들은 누구든 수비를 할 수 있는 완벽한 몸상태가 아니라면 쉬어야한다. 오타니가 아닌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 에인절스는 사실상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팀이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지명타자 제도를 150% 활용하는 팀이 있다. 바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다. 필라델피아는 4월 수비 도중 팔꿈치를 다쳐 현재 수비를 소화할 수 없는 브라이스 하퍼가 지명타자로 나서며 'MVP급'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새로 도입된 제도를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하퍼가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닉 카스테야노스, 카일 슈와버, 알렉 봄 등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작년이었다면 하퍼를 부상자 명단에 올릴 수 밖에 없었겠지만 새 제도는 필라델피아를 구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하퍼가 에인절스 선수였다면? 아마 부상자 명단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의 오타니는 지난해의 오타니와 같지 않다. 현 시점에서 오타니를 MVP 후보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전히 팀 내에서는 자리를 선점하고 독점하는 'MVP 대우'를 받고 있고 이는 결국 성적이 더 좋은 다른 선수들의 출전을 막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투수로만 기용하지 않고 지명타자로도 기용하는 것은 결국 뛰어난 타자인 그의 공격력을 활용해 승리 확률을 높이고 우승에 다가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오타니를 반드시 기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오타니보다 더 높은 타격 생산성을 보이는 타자를 벤치에 앉혀두거나 다른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키운다면 이는 주객전도가 된다. 그야말로 '오타니의 역설'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승률 0.587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에인절스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과연 오타니가 지난해 성적을 따라잡을 정도로 반등하며 매든 감독의 '오타니 우선주의'에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을지,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역설'에 빠지지 않고 2014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조 매든과 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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