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서 창궐하는 음모론, 막으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스크롤!|정지돈 지음|민음사|195쪽|1만4000원
만일 메타버스가 우리의 보편적인 일상 공간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설가 정지돈이 장편 ‘…스크롤!’을 통해 그에 대한 상상을 담았다. 정 작가는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글을 한 텍스트에 녹이는 시도로 호평받으며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도 평범치 않은 전개 방식을 택했다. 시간적 배경은 코로나 팬데믹 유행이 지나간 얼마 뒤의 근미래. 크게 두 줄기(SE와 NE)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줄기에선 증강현실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단지 ‘메타플렉스’와 여기서 책을 파는 ‘메타북스’ 점원들을 비춘다. ‘무한 확장한다’는 개념을 지닌 이 서점은 가상공간 곳곳에 책을 계속 늘려간다.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서 폭증하는 텍스트 양에 대한 은유다.
또 다른 한 줄기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의 이야기다. 이 대원은 끊임없이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가상 서버를 잠복 수사하려고 일정량 이상의 마약을 주사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진 ‘존재론적 행방불명’’ 상태여야만 그 서버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작가는 이 두 줄기 이야기를 마치 컷업(산문의 행이나 페이지를 오려내 배열을 바꾸는 것) 기법처럼 시간의 흐름이나 인과관계 상관없이 책 속에 뒤섞어놨다. 그만큼 한번에 의미가 와닿진 않지만, 꾹 참고 한 장씩 넘겨가다 보면 ‘작가의 말’ 속 다음 문장을 만나게 된다. “모든 언어는 이미 깨달은 사람, 깨달을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이해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언어의 힘을 믿는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민생 영수회담 제안” 與 “재판에 충실히 임하라”
- 日맥주 238% 늘어 수입국 1위 탈환
- 코로나 끝나자, 주폭 다시 급증
- ‘원샷 문화’와 만난 위스키 열풍… 독주가 ‘독’ 됐다
- 탈레반이 막아섰지만, IOC 도움 받아 항저우로
- 자유 위해 목숨 건 토스… 망명 여성들로 처음 출전한 아프간 배구
- [사설] 국민연금 1000조 돌파, 덩치 세계 3위인데 수익률은 꼴찌권
- [사설] 북 헌법에도 ‘핵 고도화’ 명시, 우리도 ‘플랜 B’ 있어야
- [사설] ‘전단 금지법’ 총대 메더니 한마디 반성조차 없는 통일부·외교부
- [팔면봉] 男 롤러 계주, 세리머니 하다 금 놓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