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관계는 숫자보다 힘이 세다
“나는 아이폰을 쓴다. 그런데 사람들이 20년 후에도 아이폰을 쓰고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마도 더욱 혁신적인 물건이 나올 것이다. 반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사람들은 20년 후에도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시가총액 400조원을 자랑하는 글로벌 1위 럭셔리 기업 LVMH의 CEO, 베르나르 아르노의 말이다. 고속성장 질주를 멈추지 않던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집 밖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프라인 기반 사업들이 활기를 띠는 요즘 읽기 좋은 책을 만났다.
폴린 브라운은 에스티 로더, 칼라일 그룹을 거쳐 LVMH 북미 회장을 지낸 인물로,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알키)은 하버드 MBA에서 그가 가르쳤던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핵심은 간명하다. 기업은 소비자를 설득할 때 ‘합리성과 기능’에 집중하지만, 정작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85%는 ‘경험과 느낌’이다. 현대인은 사는 물건을 줄이는 대신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한다. 럭셔리 사업을 현장에서 이끌어본 리더가 들려주는 패션, 뷰티, 식음료, 가전 등 다양한 분야 기업 스토리는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엔데믹 시대의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될 힌트들도 많다.
특히 사모펀드 업계의 양대 산맥인 칼라일과 KKR을 비교하는 사례는 신선한 통찰을 준다. 워싱턴 D.C.에 있는 칼라일 본사는 작고 소박하다. 엘리트주의와 호사스러움을 추구하는 집단이면서도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테리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 회사는 일에 집중하며, 일에만 집중한다.” 한편 뉴욕 맨해튼에 있는 KKR 사무실은 격식과 위용을 느끼도록 디자인되었다. 예술 작품과 고급 가구로 둘러싸인 공간이 주는 권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리로 향한다. 숫자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 금융시장에서조차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설립자의 철학이 배어 나오는 공간은 기업의 차별화 무기이고, 이 경험으로 고객은 기업과 감정적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때로 관계는 숫자보다 힘이 세다. 박소령·퍼블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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