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땅볼·삼진.. 류현진, 오타니를 재우다

양지혜 기자 2022. 5.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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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이닝 2실점 시즌 2승.. 'MLB 한·일전' 첫 승리
27일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역투하는 모습. 류현진은 일본 출신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와 메이저리그에서 첫 선발 대결을 벌인 데 이어 투타 대결도 펼쳤다. 류현진은 오타니를 상대로 삼진 1개 포함, 3타석을 무안타로 틀어막았고, 5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돼 한일 투수 대결서 판정승했다. 오타니는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뺏었지만, 홈런 2개 포함해 6안타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한일 야구사에 길이 남을 맞대결이 27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LA에인절스의 대결. ‘한국의 괴물’ 류현진(35)이 블루제이스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에인절스 선발투수는 ‘일본의 자존심’ 오타니 쇼헤이(28)였다. 투타를 겸업하는 ‘이도류 천재’ 오타니는 이날 3번 타자로도 뛰었다.

괴물 앞에선 천재도 긴장했다. 먼저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 오타니’는 1회초 조지 스프링어에게 선두 타자 홈런을 내줬다. 이어 류현진이 1회말 마운드에 올라 ‘타자 오타니’와 마주 섰다. 올해로 빅 리그 10년 차 투수인 류현진이지만 오타니를 상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던진 류현진의 첫 공은 시속 144km 직구였다. 스트라이크. 류현진은 볼 3개를 연달아 던졌고, 오타니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들을 침착하게 지켜봤다. 류현진이 다시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풀 카운트. 류현진이 시속 119km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구석으로 뚝 떨어지는 회심의 결정구였지만, 오타니는 꼼짝도 않다가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나갔다. 류현진은 후속 타자 앤서니 렌던을 병살타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안 풀리네" -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27일 홈경기에서 0-2로 뒤진 3회 2사 1·2루에서 보비 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후 아쉬워하는 모습.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둘의 두 번째 투타 대결은 3회말 1사 1, 3루 때 성사됐다. 오타니가 류현진의 초구 커터로 2루 땅볼을 쳤다. 타구는 병살로 이어지지 않았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오타니가 1타점을 올렸다. 세 번째 대결은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류현진이 시속 126km 체인지업으로 오타니의 헛스윙을 끌어내 삼진을 솎아냈다. 이날 류현진이 잡아낸 유일한 탈삼진이자 역사적인 대결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투구였다. 블루제이스가 6대3으로 승리해 류현진이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앞서 일본인 투수와 4차례 선발 맞대결을 벌여 3패만 떠안았다 이날 처음 승리를 따냈다. LA에서 개인 훈련 중인 ‘배구 여제’ 김연경(34)도 이날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보탰다.

류현진의 최종 성적표는 5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 시즌 평균자책점을 6.00에서 5.48로 낮췄다. 반면 오타니는 투·타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투수로서 6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5실점해 패전 멍에를 떠안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멀티 홈런을 내줬다. 타자로서도 류현진에게 묶여 2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 1타점에 그쳤고, 허리 통증으로 8회에 교체됐다. 그가 대타로 교체된 것도 올 시즌 처음이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평균 시속 143km로, 시즌 평균(시속 144.5㎞)을 밑돌았지만 커브 비중을 높인 ‘더 느린 공’으로 에인절스 타선을 요리했다. 지난 4월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했지만 왼팔 재활 후 한 달 만에 복귀해서는 평균자책점 1.72를 찍었다. 개인 통산 999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1000이닝’ 달성이 눈 앞이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반등은 아니다. 공 65개만 던지고 5이닝만에 내려왔는데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왼 팔꿈치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껴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MVP에 3차례 선정된 마이크 트라우트(31)와의 천적 관계도 이어갔다. 트라우트는 이날도 류현진 앞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통산 전적은 13타수 무안타 4탈삼진. 볼넷 한 번도 못 얻었다. 그가 10번 이상 맞붙어봤던 투수와의 대결에서 거둔 최악의 성적이다.

오타니는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풀어가는데, 이날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4km로 시즌 평균(시속 156km)보다 떨어지면서 장타를 줄지어 허용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82에서 3.45로 올랐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가 1회에 슬라이더를 던질 때 허리 근육이 뭉친 게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큰 부상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오타니와 트라우트를 무안타로 봉쇄한 게 주효했다”면서 “커브와 체인지업 제구가 특히 빼어났다”고 호평했다. MLB닷컴은 “오타니도 가끔 힘든 날을 보낸다”는 제하로 속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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