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 여성의원 비율 19%.. OECD 38국 중 34위에 그쳐
여성 국회의원은 남성 의원과 마찬가지로 헌법으로 보장된 특권을 갖고, 정부와 공공 기관 예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으며, 각 기관에 자료를 요구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주요 공천에서 가점을 받고,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절반은 여성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남성의 영역이다. 국민 절반 이상(50.1%)이 여성이지만 여성 의원은 전체의 18.5%에 불과하다. OECD 38국 중 한국보다 여성 의원 비율이 낮은 나라는 지난해 기준 콜롬비아(18.8%), 터키(17.3%), 헝가리(12.6%), 일본(9.9%) 등 4국뿐이다. 2000년 이래 선출된 의원 1173명 중 200명(17.1%)만이 여성이었다.
여성 의원들은 정치권에서 여성에 대한 관습적, 문화적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 단체인 한국여성의정과 조선일보가 최근 16~21대 여성 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26명)의 42.3%는 ‘주요 당직 임명과 선출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동일 선수(選數)의 남성 의원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42.3%였다.
한 전직 3선 의원은 경력상 상임위원장을 할 차례였지만 남성 의원에게 기회를 빼앗겼다고 했다. 해당 상임위 위원장 자리가 ‘금녀(禁女)의 영역’이란 이유였다. 실제로 국방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는 여성이 위원장이 된 적이 없다. 전·현직 여성 의원 26.9%는 ‘고위 당직을 맡고서도 당의 주요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적이 있다’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당의 인사나 공천 등 주요 안건은 공식 회의 전에 미리 방향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사전 조율’이 남성 의원들끼리 모이는 술자리에서 이뤄진 탓이다.
여성 의원 5명 중 1명(19.2%)은 ‘동료 의원이나 고위 당직자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한 전직 의원은 노래방 등에서 동료 남성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당 중진이었음에도 남성 의원에게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선수(選數)를 따지는 국회 문화에서 대다수가 초·재선 의원인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여성 의원들은 국회에서 여성 지위가 낮은 원인(복수 응답)으로 ‘여성 의원의 숫자가 적어서’(73.1%), ‘여성 의원을 경시하는 정치 문화 때문에’(65.4%), ‘여성 의원들의 결속력이 부족해서’(30.8%) 등을 들었다. 여성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지역구 공천에도 여성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80%가 찬성했다.
그러나 공천과 비례대표 등 여성이란 이유로 우대받아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파를 초월해 여성의 권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 경우가 거의 없다. 21대 여성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뿐이다.
실제로 여성 의원의 15.4%는 ‘당의 입장 때문에 여성 권익에 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 여당 의원은 “여가부 폐지와 성인지 예산 국방비 전환 등은 소신에 반하는 정책이었지만, 대선 기간 반대 목소리 내는 것을 해당 행위로 간주하는 분위기 탓에 입을 열지 못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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