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운명의 수레바퀴
타로카드 10번 ‘운명의 수레바퀴’를 읽는 열쇳말은 우연, 행운, 윤회·순환, 계절의 변화, 덧없음, 변경 가능성, 위반 등이다. 이 카드는 행운도 불행도 모두 일시적으로 지나가고, 시작은 끝이고 끝이 다시 시작인 것처럼 인생은 순환 속에 작동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폴란드 국가관 참여 작가 마우고르자타 미르가-타스는 국가관 전면에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타로카드 콜레오니-바글리오니 덱의 도상을 참고하여 ‘운명의 수레바퀴’를 설치했다.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국가관 대표작가로 초대받은 최초의 롬인(집시) 예술가 미르가-타스는 이탈리아 페라리의 팔라초 시파노이아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모티브로 하여 ‘롬인’의 문화 예술 역사를 마치 거대한 달력 내지는 역사서처럼 12개의 대형 직물로 표현한 작업을 선보였다. 유럽미술사에서 롬인 공동체의 자리를 제대로 찾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가 펼쳐진 전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거쳐야 한다.
유럽에 타로카드가 등장한 시점은 14세기 후반으로 ‘롬인’이 유럽 대륙에 등장한 시점과 비슷하다. 여러 종교, 사상, 철학, 문화가 모두 섞여 있는 타로카드는 18세기에 이르러 마술, 신비주의와 연관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타로의 확산에 유랑민족인 롬인들의 역할이 컸을 거라고 말한다.
롬인을 향한 세상의 전형적 편견을 염두에 둔 작가는,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 순환하면서 진화해 나가는 의미를 탐색하며, 롬인과 폴란드, 유럽 문화 사이의 상호 영향 관계, 지속적인 문화적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간절히 요구되는 지금, 미르가-타스가 펼쳐보인 ‘운명의 수레바퀴’ 앞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 예측해본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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