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점서 분석한 美·中 등 주요국 흥망성쇠

김용출 2022. 5. 2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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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창립자이자
베스트셀러 '원칙'으로 유명한 저자
지난 500년간 반복된 '빅 사이클' 연구
단계별 특징과 향후 대응 방향 모색
앞으로 펼쳐질 전 세계 변화 전망도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긴 역사 속에서 보이는 빅 사이클을 제대로 알아야 신속하게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이 사이클의 영향을 피하거나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투자의 관점에서 지난 500년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중국 등 주요국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고 분석한다. 사진은 미국 월가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변화하는 세계 질서/레이 달리오/송이루·조용빈 옮김/한빛비즈/3만8000원

막대한 빚과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엄청난 양의 화폐를 찍어 내는 미국과 유럽, 지난 100년간 발생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에 따라 점점 심화하는 주요국 내 사회적 갈등, 그리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강국이 출현해 기존 강국 미국과 경쟁·갈등하는 패권 다툼….

몇 년 전, 그는 과거에 여러 번 발생했지만 자신에겐 처음인 일련의 거대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현재와 향후 벌어질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를 하기 위해 그는 과거 비슷한 상황의 배후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역사 역시 새로운 질서의 부상-정점-쇠퇴,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질서라는 빅 사이클이 있어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레이 달리오/송이루·조용빈 옮김/한빛비즈/3만8000원
“빅 사이클을 제대로 알아야 신속하게 대응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이 사이클의 영향을 피하거나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이클을 이해해서 사이클상에서 각 국가 위치가 파악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보았다.”(244쪽)

미국 억만장자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이자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원칙’을 쓴 저자는 신간에서 투자 관점에서 지난 500년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 흥망성쇠를 들여다보고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분석 포인트는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 내부 질서와 혼란, 외부 질서와 혼란이라는 세 개의 주요 사이클과 교육, 혁신 및 기술, 가격 경쟁력, 군사력, 무역, 경제 생산, 시장 및 금융, 기축통화 지위 등 8가지 주요 요인이다.

책에 따르면, 서기 1500년대 이후 세계를 주도했던 강력한 제국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150년에서 250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제국은 이 기간 동안 새로운 질서 속에서 부상-정점-쇠퇴의 과정을 거치고, 그 중간에 경제와 부채, 정치적 사이클이 50년에서 100년 정도 지속돼 왔다.

먼저 서기 1500년대는 중국이 오랜 기간 경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유럽을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제국을 이뤘다가 1800년대부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에선 합스부르크 왕가가 스페인과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부르봉 왕가가 프랑스 지역을 각각 지배하고 있었다. 중동에선 오스만 제국이, 아메리카에선 멕시코 아스테카제국과 남미 잉카제국이 각각 번성 중이었다. 하지만 명나라는 압도적인 부와 권력 때문에 해외 원정을 중지하고 문호를 닫아 버린 후 내부 권력투쟁과 부패로 기반이 무너져 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1581년 합스부르크 스페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이룬 네덜란드는 1625년부터 1795년 쇠퇴까지 엄청난 부와 권력을 쌓아서 기축통화국이 됐고 합스부르크 왕조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다. 저자는 네덜란드가 유럽 대륙이 30년 전쟁으로 큰 혼란을 겪는 동안 1602년 최초 주식시장을 개설하고, 혁신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무역기지와 식민지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해군력으로 길더화를 당대 기축통화 지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분열된 유럽과 달리 왕과 의회 사이의 권력 균형, 증기기관을 비롯한 산업혁명, 빈회의를 통한 새로운 질서 구축 등이 아우러지면서 네덜란드에 이어 기축통화국이 되고 1800년대 가장 막강한 제국을 이뤘다. 반면 프랑스는 여러 전쟁에서 영토와 전략적 이익을 취했지만 이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 데다가 7년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 등을 치르며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실패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중국 푸둥지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재의 패자인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부터 기술혁신과 경제 성장, 뉴욕을 중심으로 한 금융 성장이 이어졌고 1차 세계대전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은 반면 군수품을 판매해 큰 수혜를 입으며 최강국으로 부상한 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정점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미국은 현재 빅 사이클 내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저자는 미국이 현재 빅 사이클에서 대략 70%(플러스마이너스 10%)에 도달했으며, 단계로 보면 제6단계인 내전과 혁명으로 넘어가기 전의 제5단계인 갈등이 고조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은 612년 당제국의 건설 이래 1840년부터 1950년까지 급격한 쇠퇴기를 제외하면 150∼250년 주기로 빅 사이클을 반복하며 강력한 제국으로 군림해 왔고, 현재는 미국에 이어 제2의 강대국이 됐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 간 대결에서 빅 사이클상으론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도전보다 자체적인 내분과 도전, 체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와 국민은 양국이 체제와 역량을 놓고 경쟁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 마주하는 내분과 도전 과제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도전 과제보다 훨씬 중대하다. 여기에는 국가 지도부와 정부 내 모든 단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전쟁, 다양한 파벌 간 전쟁, 인구통계학적 변화, 기후변화 등이 포함된다.”(515∼517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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