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동북지역 자원 많고 철도망 발달, 일·러 눈독 들여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730〉
일, 러와 전쟁 앞서 미에 조정 요청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준비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미국을 끌어들였다.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하버드대학 동기인 귀족원 원장을 미국에 파견했다.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질 경우 조정에 나설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미국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 영토인 동북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자웅을 겨뤘다. 청나라 정부는 자국 경내에서 벌어진 북극곰과 섬나라 원숭이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중립을 선언하고 방관했다. 동북 주민들만 골탕을 먹었다. 승리가 일본 쪽으로 기울자 미국이 조정에 나섰다. 코딱지만 한 군항 도시 포츠머스에서 러시아와 일본의 강화회담이 열렸다.
‘포츠머스조약’은 러시아와 일본의 중국 동북지역 이익 나눠 먹기였다. “러시아 정부는 뤼순과 다롄 및 부근의 영토와 영해의 조차권(租借權)을 일본에 양도한다. 러시아는 창춘(長春)과 뤼순과의 철로와 지선의 부속 권리, 광산 채굴권 등 모든 특권과 재산권을 무상으로 일본에 양도한다.” 부칙도 있었다. “양국은 각자의 철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수비대를 주둔시킬 권리가 있다.” 대한제국을 일본의 감독하에 두기로 한 것은 덤이었다. 이쯤 되면 날 강도들과 별 차이 없었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
일본과 러시아가 동북을 탐낸 이유가 있었다. 동북은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했다. 면적이 일본의 2.6배, 프랑스와 독일을 합한 것보다 넓었다. 도처에 수력 자원과 삼림이 널려있고, 석유, 석탄, 금속의 매장량은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철도망도 발달했다. 중동철도와 후일의 남만주철도(南滿洲鐵道)인 난만다오(南滿道), 베이징과 선양(瀋陽)을 잇는 징펑(京奉)철도의 지선을 제외한 총 길이가 3200㎞를 웃돌았다. 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역 주변에 인구가 몰리고 시장이 섰다. 새로운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동군은 관동주와 남만주에 주둔하는 육군부대였다. 관동주 방위와 남만주철도 보호가 임무였지만 말로만 그랬다. 일본 군국주의의 동북 침략 최선봉이었다. 사령관도 천황이 직접 임명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滿鐵)도 일본이 동북을 침략하기 위해 다롄에 설립한 기구였다. 훗날 초대 조선총독과 총리대신을 역임한 육군 대신 데라우치(寺內正毅)가 설립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창춘에서 다롄, 안둥에서 선양까지의 철도와 동북 최대 규모의 푸쑨(撫順)탄광, 안산(鞍山)철강, 다롄항 외에 창고, 전기, 메탄가스 등 10여 개 대기업을 경영했다. 다롄에 있는 만철조사부는 정보기관이나 다름없었다. 선양, 지린(吉林), 하얼빈(哈爾賓),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지에 지부를 설립했다. 중국의 군사, 정치, 경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제도와 풍속, 생활습관도 면밀히 조사했다. 만주국 연구의 1차 자료인 만철조사월보(滿鐵調査月報)는 물론, 만주일일신문(滿洲日日新聞)과 성경시보(盛京時報)도 발간했다.
데라우치, 만철 설립 위원장 맡아
만철은 일본이 동북에 세운 국책회사였다. 1100㎞에 달하는 철도 주변의 농토와 연병장, 광산, 시가지를 만철 부속지 명목으로, 닥치는 대로 침점(侵占)했다. 통계에 의하면 1930년 초, 만철 부속지 면적이 482.96㎢, 직원은 3만4800명이었다. 만철부속지에 일본 군경(軍警)과 특무기관, 극우단체가 파견한 대륙낭인, 정체를 숨긴 침략기관이 약방, 서점, 연구소 등 그럴듯한 간판을 내걸었다.
중·일전쟁 승리 33년 후, 1927년 6월 말, 일본 정부는 도쿄 외상 관저에서 동방회의를 소집했다. 주중공사, 펑텐·우한(武漢)·상하이 총영사, 관동군 사령관,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수상의 말에 공감했다. “일본은 만주와 몽골에 책임이 있다. 특히 동북지역은 일본의 생명선이다. 중국 본토와 단절시켜 중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일본의 보호를 받는 독립국가를 선포할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
동방회의 4년 후, 1931년 9월 18일, 일본 관동군이 동북군을 공격했다. 만주사변의 막이 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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