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쪽상담소' 알리 "성폭행 가해자, 살기 위해 용서"..불안·공포 PTSD '극심'

박새롬 입력 2022. 5. 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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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가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이로 인해 감각적, 신체적 이상 증상을 겪는 가수 알리에 대해 'PTSD 현재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알리는 과거 친한 친구의 죽음과 성폭행 피해 경험을 조심스럽게 털어놔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냈다.

2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가수 알리가 등장했다. 알리는 일상 생활을 잘 하다가 급작스럽게 멍해진다며, "말하다가도 갑자기 집중력이 흐려진다. 어떤 얘기를 하다가 '내가 무슨 얘길 했었지' 한다"고 털어놨다.

알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그런다"고 말했고, 오 박사는 "이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며 하나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엔 알리가 생방송 라디오를 진행하다 갑자기 정적에 빠져 방송 사고를 낼 뻔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갑자기 멍해진 것.

박나래는 "일반적인 멍 때리기는 대화가 끝나고 이어지거나, 말도 없이 정적이 있을 때인데 어떻게 이렇게 말을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이러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알리는 "생방송 중 3초의 정적은 방송 사고라고 한다"며 "근데, 전 그런 빈도 수가 많았다"고 방송 사고 위기가 잦았음을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건강한 멍 때리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뇌를 쉬는 의미의 멍도 있고, 그게 길어지면 수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오히려 자주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장하기도 한다"며 "그런 의미의 멍과 알리 씨의 멍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치 않아 불편함을 초래하는 건 나쁜 멍"이라며, "이런 현상 자체를 브레인 포그라고 한다. 뇌에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알리는 "지금도 그렇다. 사실 지금도 왔다갔다 한다"고 고백했다. 알리는 오은영의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들은 후, 7개 항목 모두에 다 해당된다고 털어놨다.

오 박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배우자와 있을 때는 편하게 대화하며 위로 받고 소통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남편과 소통 방식이 어떤지 물었다.

이에 알리는 "남편과 지적, 책망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털어놨다. 알리는 "연애 때와 정말 다르다. 예전엔 제가 남편 덕에 정말 밝아졌다고 느꼈다"며 "근데 남편이 잠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 주말에 오후 3시까지 자도 저는 뭐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데 그 시간이 가족 셋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다. 30분이라도 그러길 원하는데, 그런 저의 진심이 잘 안 전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부부에겐 함께와 같이가 가장 중요하다. 삶의 미래도 같이 구상하고, 치열하게 육아도 같이 해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같이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위로해줘야 한다"며, "근데 이 함께와 같이가 귀찮은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리의 MMPI 결과, 누군가가 현재의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또 "그래서 어쩌면, 아들과의 놀이도 연결해서 이해해볼 수 있다"며 "아들과의 시간이 즐거운 것과는 별개로, '도와줘' '구해줘' '위험해' 이런 단어들이 알리의 마음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또 "혹시 알리 씨가 세상을 안전하지 않고 경계해야 되고 피해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에 알리는 한참 머뭇거리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알리는 "도건이가 어렸을 때 제가 항상 무거운 향초를 두고 잤다. 불 때문이 아니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그렇게 개연성 없이 불안함이 자꾸 와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알리는 잠들기 두려워 최소로 1~2시간만 잔다고 털어놨다. 오 박사는 "의식이 없으면 위기에 대응할 수 없어서 불안감이 크면 잠에 깊게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알리는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 하는 걸까. 알리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악몽을 꼭 꾼다고 말했다. 그 악몽은 누가 계속 때리는 소리와 타격감이 온전히 전달되는 것이라고.

알리는 공포를 견디기 위해 홀로 소주 2병은 마셔야 지쳐 잠들 수 있다고 설명, 패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오 박사는 알리의 두려움의 원인은 '죽음에 대한 공포'라고 진단했다. 알리는 "아주 가까운 의미있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 있냐"는 오 박사의 질문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알리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어떡하지"를 반복, "참 많이 아끼는 친구가, 저한테 많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고 박지선 양을 떠올렸다. 박지선과 알리, 이윤지 세 사람은 과거 절친한 삼총사였던 것.

알리는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웃음을 주던 친구였다. 너무 좋아하는 친구인데 제가 표현을 많이 못했다"며 "그래서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 제가 힘들었던 상황이고, 나중에 윤지랑 셋이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그 친구를 떠나보내게 됐다. 혹시 내 힘듦이 친구에게 간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가까운 사람이 떠났을 때 남은 사람들은 죄책감 많이 느낀다. 근데 알리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것만이 원인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알리가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느낄 정도면 또 다른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을 터라는 것.

이에 알리는 또 조심스러워하며 머뭇거렸다. 그는 "이걸 제가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알리는 자신이 20대 중반에 성폭행을 당한 적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과거 솔로 앨범을 준비하던 중 일어난 일이었고, 피해 후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알리는 "제 삶의 모든 게 송두리째 없어질 것 같단 생각이 있었다"며 충격적이었던 그때의 기억을 힘겹게 떠올렸다. 오 박사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이야기 하기까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셨을까"라며 안타까워 했다. 알리는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 박사는 "성폭행은 정말 잔인한 범죄다. 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키는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알리는 끔찍한 피해 이후에도 가해자를 미워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이 용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알리는 큰 두려움에 지금까지 가해자를 마음껏 미워해 보지도 못했던 것. 스튜디오는 분노와 슬픔으로 숙연해졌다.

알리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음껏 미워했을 것 같은데, 내 행동 때문에 내 가족이 다칠 수도 있으니 용서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겠더라"며 "전 제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그걸 오래오래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고 난 뒤에 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상황을 또 만들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노래로 위로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음악을 만들었는데, 제목에 있어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것.

알리는 "제가 그걸 평생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죄책감을 드러냈다. 오 박사는 "본인의 가장 아픈 걸 드러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어딨겠냐. 도움이 되고자 했던 좋은 의도였으니 알리 씨의 삶이 그 일로 인해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오 박사는 알리의 증상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감각, 지각 이상이 생긴 것. 오 박사는 알리가 현재도 PTSD 진행 중이라고 진단, 우려를 자아냈다.

알리는 과거 피해가 있은 후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지만, 의사가 자신을 불신하는 것으로 느껴져 어느 순간 처방약을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범죄 피해자라면 누구나 세상에 큰 불신을 느끼게 된다"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불안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삶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적 소통이었다. 오 박사는 "엄마로서 너무 잘하고 있다"며 알리를 북돋웠다. 알리는 앞으로 한 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오 박사에 감사를 전했다.

오 박사는 "알리 씨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보라"는 은영 매직을 내렸다. 알리는 안전한 공간으로 음악을 떠올렸고, 오 박사는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조언했다.

[박새롬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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