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으로 돌아가는 러.. 서민들 감자 심고 車부품 돌려막기

김수경 기자 입력 2022. 5. 27. 22:09 수정 2022. 5. 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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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남성이 옛 소련 시절을 묘사한 조각 작품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한 자동차 조립 업체는 이달 초 도시 외곽 마을에 있는 회사 부지 중 약 10에이커(약 4만468㎡)를 직원들에게 텃밭으로 무상 제공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부품 수입이 어려워지며 공장이 멈추자 일거리가 사라진 직원들을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식량을 스스로 재배할 수 있는 기회”라며 “추첨을 통해 직원 160명을 뽑았으며, 이들에게 고품질 종자의 감자를 제공한다”고 했다.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내 생필품 등 소비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나이키, 스타벅스, 맥도널드를 포함해 1000개에 달하는 서방 기업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물류, 결제 등의 문제로 러시아를 떠났기 때문이다. 수입 자동차나 노키아 등 휴대전화의 부품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중고품에서 부품을 꺼내 수리하는 등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러시아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7.8%에 달했다.

5월 24일 러시아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심의 문닫은 스타벅스 매장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페덱스나 DHL, UPS 등 국제 물류 업체들도 러시아로의 배송을 거부하고 있어 러시아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해왔던 인쇄 용지나 생리대, 옷감 등을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모스크바의 한 디자이너는 “쌓아뒀던 이탈리아 옷감을 다 쓰면 더 이상 수입이 어려워 운영하는 양장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위스키와 럼, 버번 등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매년 약 700만 리터의 주류가 끊긴 것도 문제다. 모스크바의 한 주민은 “신발과 소시지를 구할 수는 있지만 질은 더 안 좋고 가격은 훨씬 비싸다”며 “70년대로 돌아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스웨덴 국방 연구소의 토마스 말로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그들이 생산할 수 있는 것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마도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서구와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며 러시아는 이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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