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에 허덕이는 기혼 여성, 직장 성차별 심할수록 '더 우울'
직장·가정 상호 영향 커지면
우울 증상도 증가하는 경향
집안일 비교적 자유로운 남성
‘유능한 일꾼’ 평가 고착화 우려
기혼 여성 노동자는 일·가정 양립 부담이 클수록 우울 증상이 증가하고, 특히 직장 내 성차별 수준이 높다고 인지할수록 우울 증상의 증가폭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7일 2022년 한국사회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 후원)에서 ‘기혼 여성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부담과 우울증상: 직장 내 성차별 인식의 조절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 연구위원은 “성별 분리 관행 속에 일터에 전념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일터에서의 의무와 가족 돌봄의 역할을 조율하도록 요청받는 일·가정 양립의 주된 책임자로 간주된다”며 일터와 가정에서의 이중 부담 구조는 여성의 우울을 증가시키는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제4~8차 ‘여성가족패널조사’(2012~2020년) 자료를 활용해 기혼 여성 근로자 3122명(임금근로자)의 7776개 관측치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직장 업무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가정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일→가정 부담)과 반대로 가정생활 업무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가정→일 부담)의 정도, 배우자의 가사 분담 만족도 등의 항목이 각각 우울증상과 관계가 있는지 파악했다. 특히 직장 내 성차별 수준 차이가 이러한 일·가정 양립 부담의 효과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폈다.
분석 결과, 과도한 직장 업무로 가정생활에 지장이 커질수록, 과도한 가사 업무로 직장생활에 지장이 커질수록, 배우자와의 가사 분담 수준이 불만족스러울수록 기혼 여성 근로자의 우울증상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직장 내 성차별 수준이 높다고 인지하는 여성들은 일·가정 부담, 가사 분담 불만족도가 커질수록 우울 증상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직장 내 성차별 수준이 낮다고 인지하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우울증상의 증가폭이 미미하거나 우울증상이 거의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위원은 “여성의 일·가정 이중 부담은 여성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지만, 특히 여성이 근무하는 직장에서 얼마나 성차별적 환경이 주어지는지에 따라 이 효과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결과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일터에서의 성평등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정책 함의를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보육서비스 지원이나 출산·육아휴직, 근로시간단축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이 제공되지만 직장 내 성평등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일·가정 양립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 주로 남성들이 유능한 노동자로 평가받는 등 성별화된 결과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일터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의 성평등한 이용 기회를 확대하되, 이와 같은 일·가정 양립의 수요나 제도 이용이 직장 내 차별이나 편견에 대한 근거가 되지 않도록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향미·강한들 기자 sokh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윤 대통령도 ‘채 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수사팀 최대 104명 ‘국정농단’급 규모
- [단독]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지명 직후 딸과 ‘3000만원 차용증’ 뒤늦게 작성 논란
-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핵심 신범철, 공수처 소환 임박하자 국민의힘 탈당
- [단독]“방탄소년단 음원사재기 의혹 밝혀달라” 문체부 조사예정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이재명 ‘15분 발언’에 당황한 용산··“처음부터 반칙” “얼마나 할말 많았으면”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