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투자·연합·경쟁으로..중국을 변화시킬 전략적 환경 조성"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2. 5. 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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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대 연설..바이든 정부 16개월 만에 '대중 전략' 종합적 제시
중국 향해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 규정.."충돌·신냉전 구도는 아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체제를 향한 우리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중국 스스로 궤도를 수정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투자, 연합, 경쟁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글로벌 파워로 성장한 중국의 법과 제도를 무시한 패권 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목적을 함께하는 동맹·파트너들과의 연합, 중국과의 경쟁을 통해 전략적 환경을 변화시켜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바이든 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나온 대중국 전략의 종합판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도전’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이 있는 유일한 나라”라면서 “하지만 중국의 비전은 75년 넘게 세계의 발전을 이룩해온 보편적 가치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이제 50년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가난과 싸우던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비범한 세력, 영향력, 야망을 가진 ‘글로벌 파워’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변화는 국제질서가 제공한 안정성과 기회에 의해 가능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성공을 가능하게 한 법과 합의, 원칙, 기구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아래 중국 공산당은 국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 더욱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대규모 감시체계 구축 및 해외 수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무역규범 위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연대 등을 주요 사례로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세 가지 ‘대중국 전략’ 키워드와 관련해 우선 “우리는 국내에서 우리의 경쟁력과 혁신, 민주주의 등 우리 힘의 토대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와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고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혁신을 선도해 미국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동맹과 우방국들의 네트워크와 함께 연합된 노력을 기울여 공통의 목적과 공통의 대의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미국·영국·호주와의 군사동맹인 오커스, 13개국이 참여한 경제 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특별 정상회의 등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혁신과 투자, 국제적으로는 연합과 연대 강화 등을 토대로 창출된 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기본 구상이라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다만 “우리는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 비확산·군비통제, 마약 퇴치, 글로벌 식량위기 대처, 세계 경제 회복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대중국 전략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한 뒤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원래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지만 블링컨 장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블링컨 장관 연설이 바이든 정부가 추구해온 전략과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중국을 변화시킬 수 없는 대신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형성해 중국의 선택을 예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블링컨 장관의 연설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허위정보를 퍼뜨려 중국 위협을 과장하고,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대외정책에 먹칠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압해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려는 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왕 대변인은 “중국이 세계 질서의 가장 엄중한 장기적 도전이라는 말은 완전히 흑백전도”라며 “중국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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