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통령실은 비위 정보, 뒤를 캐는 건 안 해야"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박광연 기자 입력 2022. 5. 27. 21:07 수정 2022. 5. 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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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 '인사검증 이관' 강행 뜻
민주당 '한동훈 해임건의안' 추진
'검찰 정보권한 비대화' 충돌 격화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통령비서실은 정책을 주로 해야지 사람에 대한 (비위) 정보, 뒤를 캐는 건 안 해야 한다”며 “고위 공직자 비위 정보는 사정기관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맡기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검찰독재 선전포고’ ‘중앙정보법무부 탄생’에 빗대면서 강행 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기소권을 쥔 검찰의 정보 권한 비대화 논란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사정 컨트롤타워나 공직자 비위 정보 이런 것은 사정기관이 하는 것이고 (대통령실은) 공직후보자 비위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비서실은 직접 (정보 수집을) 하지 않고 (자료를) 받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 이관 논란은 예견된 일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역대 정부에서 검증 기능을 담당한 청와대(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검증을 법무부 등에 맡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때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 처음 출근한 지난 3월14일 인수위원장 등에게 민정수석실 폐지부터 못 박았다. 당시 윤 대통령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표면화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미국 방식” 해명에도 야 “검찰독재 선전포고”

민주당 “입법부 권한 훼손·침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논란 증폭
법무장관, 부처 인사권 개입 여지에 야당·법조계 일부서 비판 쏟아져
민주당, ‘뒤 캐는 것’ 대통령 인식 비판…이탄희 “중앙정보법무부냐”

실제 대통령실 조직이 ‘2실장 5수석 2기획관’ 체제로 개편되면서 민정수석실은 폐지됐다. 한 장관은 취임 7일 만인 지난 24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전날로 입법예고 기간(이틀)을 채웠다. 개정안에는 인사정보관리단장과 인사정보1·2담당관 신설, 분장 사무 등 내용이 담겼다. 입법부를 거쳐야 하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시행된다.

정국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야당과 법조계 일부에선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 장관이 인사검증 기능을 활용해 전 부처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권에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한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검사들이 인사검증 하는 것은 심각한 위헌적·위법적 문제가 있다”며 “강행한다면 한 장관 해임건의안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에 공직자 인사검증 규정이 없는 점을 들어 시행령 개정으로 인사검증 조직을 신설하는 건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박 원내대표는 “입법부 권한을 훼손하고 침해한 사안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한 장관을 겨냥해 “사실상 국무총리 이상의 힘을 갖고 실질적인 2인자 자리에 오르는 셈”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검증을 “뒤를 캐는 것”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인식을 정확히 보여주는 워딩(발언)”이라며 “인사검증은 비리를 캐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 적격을 판단하기 위해 기본적인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상왕 부처로 만들고, 소통령 한동훈 장관에게 인사정보를 통해 부처를 관할하도록 하는 시도는 5년간 검찰독재 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김남국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사찰”이라며 “대통령실이 아닌 법무부에서는 인사검증을 가장한 사찰을 해도 된다는 것이라면 경악스럽다”고 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사, 정보, 인사까지 틀어쥔 ‘중앙정보법무부’가 탄생했다”며 ‘괴물 법무부 방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는 법무부는 물론 국방부, 여가부 등 어떤 부처도 인사검증을 위한 정보 수집을 허락하지 않도록 하는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법무부가 과도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정인·박광연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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