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로, 자연·인류에 대한 사랑으로..세계사의 한 줄기가 된 환경운동[책과 삶]
생태의 시대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김희상 옮김
열린책들 | 1040쪽 | 4만5000원
전 지구적 환경운동사를 다뤘다. 환경운동의 뿌리부터 환경운동이 글로벌한 주제로 자리잡기까지 과정을 따라간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 유럽, 공유지가 파괴되고 벌목으로 나무가 부족해지면서 자연과 환경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자연에 열광하는 낭만주의적 사조의 유행도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일본의 미나마타병 발생, 1960년대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과 성장의 한계를 다룬 <로마클럽 보고서> 출간, 1970년대 베트남전쟁과 고엽제 문제 등을 거치며 환경오염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보낸 ‘푸른 별’은 ‘하나의 인류’라는 감각을 자극했다. 냉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환경운동이 수면 위로 오르는 계기를 제공했다.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기술과 관료주의, 국가권력의 작동 방식 전반이 환경운동의 시야로 들어왔다. 1990년대 환경운동은 글로벌 불평등이 핵심 이슈가 됐다.
환경운동가들의 면면도 다룬다. ‘그린피스’ ‘시셰퍼드’ 등 유명 환경단체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활동에만 집중하고 기부금 모금에 경쟁하는 모습, 레이철 카슨(미국), 페트라 켈리(독일), 다이칭(중국) 등 카리스마 있는 환경운동가, 인도 등 제3세계 여성들이 환경운동을 통해 공동체의 주도권을 되찾는 모습 등이 객관적 필치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환경 이슈는 당대의 정치·경제적 문제와 연동돼 생겨났다. 죽음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자연이나 인류에 대한 사랑, 낙관 등 긍정적 감정이 함께 엮이며 큰 흐름을 만들어왔다. 종말에 대한 공포에 의존하는 환경운동가는 전향하기 쉽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운동에는 총체적 사고와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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