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은 논의 필요"..'브로커' 고레에다가 韓베이비박스를 다룬 이유 [이승미 기자의 여기는 칸]

이승미 기자 2022. 5. 27. 2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왜 ‘한국의 베이비박스’를 영화의 소재로 택했을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가 27일(이하 한국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배두나, 이주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다. 대안가족과 생명에 대한 복잡하고 윤리적인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영화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라는 극찬이 있는 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름 값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작품”이라는 혹평도 적지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 이주영은 상영 이후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취재진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 ‘리벨 문’의 미국 촬영으로 인해 아쉽게 불참했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는 ‘어느 가족’ 등 전작 등에서 그렸던 가족의 이야기를 유사 혹은 대체 가족으로 확장한 이야기라고 말하며 “선택에 의해 가족이 되어가는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군가에게 버림 받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가족으로 선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은 베이비박스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도 전했다. “베이비박스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논쟁적인 이슈”라며 “무엇이 좋은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사려 깊은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이 상황들에 대한 특정 생각에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첫 한국 연출작의 작품 배경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실 한국에서 직접 가본 곳이 많지는 않다”고 입을 연 그는 “다만 부산은 산과 바다를 모두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부산에서의 경험이 굉장히 긍정적인 경험을 미쳤다”고 전했다.

극중 돈을 받고 버려진 아이들의 양부모를 찾아주는 브로커 역을 맡은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님은 항상 끊임없이 도전, 탐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브로커’도 그 일환 중 한 작품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 두려움 같은 것들을 객관적이면서도 차갑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송강호의 파트너를 연기한 강동원은 보육원 출신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보육원 출신 분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느꼈던 아픔과 감정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들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전했다. 2010년 개봉작 ‘의형제’를 통해 송강호와 한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는 “송강호 선배님과 저는 예전에 한 작품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호흡이 좋았다. 그런데 아이유 씨와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이었고, 극 중에서도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촬영을 하며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했다”라며 “그런데 아이가 있는 촬영장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훨씬 더 친해지는 속도가 빠르고 분위기에 도움이 됐다. 아기가 있으니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고 점점 더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좋았다”며 웃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엄마 캐릭터를 연기한 아이유는 “희한하게 엄마 역할을 도전해 보고 싶을 때쯤 ‘브로커’를 제안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미혼모를 연기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봤다는 그는 “우리 이야기의 시작점인 베이비박스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부하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미혼모들의 환경, 고충 등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이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린 아기와의 촬영에 대한 질문에는 “아기가 너무 말을 잘 듣고 카메라에 반응을 잘 해서 힘들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라며 “영화 보면 아시겠지만 아이가 정말 귀여워서 제 아들이라 생각하고 연기해야 하는데 보고만 있어도 너무 귀여웠다. 속 썩이는 일 없었다. 몰입하기도 편했다”고 답했다.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