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인사검증'과 '사정' 기능을 혼동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은 정책을 주로 해야지, 사람에 대한 (비위) 정보, 뒤를 캐는 것은 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까지 검증하는 ‘상왕 부처’가 되고,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증 책임자가 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사찰”이라며 이런 기능을 법무부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인사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밀어붙일 경우 한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사정 컨트롤타워나 공직자 비위 정보 이런 것은 사정기관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검증은 새로 임명될 공직자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함으로써 공직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반면 사정은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비리 의혹을 규명해 위법이 확인되면 처벌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인사검증을 사정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성격을 두고 “미국에서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사검증을 맡고 있는 연방수사국(FBI)은 소속만 법무부 산하일 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조차 FBI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 갓 신설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FBI식으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
현재 법무부 장관은 대표적 사정기관의 책임자인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 그런데 여기에다 인사검증 권한까지 부여받게 된다. 인사정보관리단에는 검경은 물론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들도 참여하게 된다. 공직 후보자들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이 기관에 모이게 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탐문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는 언제든 수사 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법무부는 1차 검증실무만 맡겠다고 했지만, 현재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과 최종 검증(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담당자도 모두 검찰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검증을 ‘뒤를 캐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심이자 사정작업의 지휘자인 한동훈 장관에게 인사검증을 맡기겠다고 한다. 앞으로 고위공직에 오르려는 사람은 사실상 수사를 받을 각오까지 하라는 건가. 공직자 인사검증과 사정 기능은 분리해 각각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 법 개정을 회피해 대통령령과 부령 개정으로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을 강행하겠다는 것도 무리수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적법한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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