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백악관 가는 BTS
백악관으로부터의 초청. 누구에게나 꿈같은 일이다. 세계적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초청받은 유명인사들이 극소수인 이유다. 백악관이 이들을 초청하는 데는 목적이 있다. 국정 홍보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1970년 12월 백악관을 찾았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마약과 공산주의 대처 연방총대리인’ 임명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초청했는데, 그의 히트곡 ‘빗잇(Beat It)’을 활용해 반음주 캠페인을 펴기 위해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초청했다. 그를 통해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할 목적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바이든의 초청으로 오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다. 미국인이 아닌 유명인사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BTS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와 차별에 대해 바이든과 논의한다. 이 문제는 바이든과 BTS의 공통 관심사다. 바이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급증하자 지난해 5월 ‘코로나 증오범죄법’에 서명했다. BTS는 지난해 3월 미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 6명이 숨지자 자신들이 겪은 차별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혐오와 폭력 중단을 호소했다. 11월에는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바이든에겐 아시아계 혐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BTS만 한 적임자가 없을 법하다.
백악관은 BTS를 청년대사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과 전 세계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사랑을 받아온 BTS의 ‘선한 영향력’은 유명하다. 유니세프와 함께 전 세계에 희망을 전하는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 흑인 인권운동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캠페인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과 2021년 유엔총회 연설로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년대사 BTS’ 효과는 그룹의 위상 제고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백악관 방문보다 BTS가 낼 메시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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