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도 없이 곳곳이 '추락 위험'..건설현장 '불시점검' 동행해보니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오늘(27일)로 꼭 넉 달이 됐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저희 취재진이 단속반 점검을 함께 했는데 현장은 여전히 위험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10층 건물을 짓는 서울의 한 공사 현장입니다.
특별단속반과 함께 나가봤습니다.
처음부터 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동자가 보입니다.
[현장소장 : 아침에 계속 얘기는 해요. 작업하시는 분들이 잠깐 벗었다가…]
꼭대기층은 작업이 한창입니다.
높은 곳에선 꼭 안전 고리로 몸을 고정해야 합니다.
[이상헌/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 사망 사고가 많이 나요, 그냥 하다가. 이걸 매도 (기둥에) 걸지를 않는 거죠.]
떨어질 수 있는 곳에는 노란색 로프를 쳐뒀지만, 명백한 안전 규정 위반입니다.
[박지성/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 직경 2.7cm 이상,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설치하셔야 하는데 로프는 그걸 막아주는 역할을 못 하거든요.]
또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장에서 쓰는 작업용 발판, 흔히 비계라고 하는데요.
비계와 건물 사이에도 안전 난간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 틈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부 난간대, 중간 난간대 설치하시고요. (두 개는 좀…) 두 개 설치하셔야 돼요.]
난간 대신 가벼운 합판으로만 막아둔 곳도 있습니다.
[현장소장 : (난간) 자재가 요즘 품귀다 보니까 덜 들어왔습니다, 급하니까 작업은 하고…]
발이 빠지는 걸 막는 덮개는 고정이 안 돼 있습니다.
[고정이 안 돼 있는 상태잖아요. 여기는 다 고정을 해 주세요.]
노동자들이 올라가서 일하는 이동식 발판에는, 꼭 있어야 할 안전 난간과 고정 장치가 없습니다.
[건설 재해 60%가 추락으로 죽는다고 하는데, 2m 미만에서 죽는 게 또 50%가 돼요.]
안전 조치를 위반한 건설 현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만 6000여곳, 전체 3곳 중 2곳꼴이었습니다.
■ 산재 터져도…중대재해법 비켜 간 소규모 사업장
[앵커]
현장 취재한 박민규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 기본적인 조치들 같은데 아직도 잘 안 지켜지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4개월이 됐는데요, 건설 현장 상당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사액 50억, 또는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 동안 미뤄져 있거든요.
제가 돌아본 곳도 소규모 사업장이라 사고가 나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취지는 처벌보다 예방에 있는데, 아예 적용 예외이다 보니까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앵커]
법은 생겼지만, 당장 산재가 줄지는 않았잖아요. 어떻습니까?
[기자]
그중에서도 사망사고가 여전합니다.
법 시행 뒤로도, 3건 중 2건은 이런 작은 사업장에서 났습니다.
전체 업종으로 봐도 비슷하고요.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도요, "몇백, 몇천억짜리 현장보다 전담 안전관리자가 없는 우리 같은 곳이 더 위험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더 집중 관리를 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는 거는 돈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까?
[기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정부가 산재 예방에 쓰는 예산이 올해만 1조가 넘고요.
특히, 이런 작은 사업장에는 안전시설을 갖추라고 매년 지원금을 늘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10% 정도 늘었는데요.
지난달까지 쓴 내역을 받아보니 설비와 공정 개선에 90억, 대출 지원에 570억 정도 썼습니다.
아직 지난해 1년 쓴 것의 20% 정도만 쓴 거라, 신청만 하면 지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결국 중요한 건 사업장, 사업주의 의지입니다.
보시는 게 건물 올릴 때 꼭 설치해야 하는 작업용 발판, 흔히 '시스템 비계'라고 부르는 건데요.
왼쪽처럼 철제 연결고리로 고정해야 하는데, 일부 현장에선 그냥 철선으로만 묶어뒀습니다.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죠. 규정 위반입니다.
그런데 이 발판은 대표적으로 정부가 비용 지원하는 설비거든요.
돈을 주면서 제대로 갖춰달라고 하는 부분인데, 안 지켜진다는 얘기죠.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법이나 비용 탓만 할 게 아니라 당연한 의무인 안전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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