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영삼'의 작별 인사 "팬들이 준 이 별명, 꼭 간직하겠습니다"

민준구 2022. 5. 27. 18: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에 낭만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14시즌 동안 한 팀에만 머물렀던 정영삼(38)이 정든 코트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프랜차이즈 스타, 원 클럽맨 등 이제는 찾기 힘든 이 판의 낭만을 되찾아준 그가 멋지게 은퇴했다.

정영삼은 2021-2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황금 드래프트’로 불린 200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후 단 한 번도 이적하지 않고 14시즌을 치렀다. 인천, 그리고 전자랜드를 떠올릴 때 정영삼은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과 함께 언급될 상징적인 인물이다.

14시즌 동안 600경기에 출전, 평균 10.8점 1.7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600경기 출전은 KBL 통산 17호. 2020-21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에선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는데 이는 심판부가 선정하는 상으로서 그만큼 정영삼이 코트 위에서 얼마나 모범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정영삼(38)이 14시즌을 소화한 정든 코트를 떠난다. 사진=KBL 제공
27일 오후 MK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정영삼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은퇴였다”며 “가족들이 먼저 그만두라고 했다. (정)채연이랑 (정)찬윤이가 ‘아빠 이제 농구 너무 못해, 하지마’라고 해서 엄청 웃었다. 아내도 이제는 쉬자고 하더라.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하고 있을 때 가족들도 같은 마음이니 은퇴를 결정한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비록 커리어 내내 우승 반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정영삼은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했다. 힘든 일도 많았고 또 웃을 일도 많았지만 가장 뜻깊은 건 바로 하나의 구단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는 것이었다.

정영삼은 “우승 빼고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겪은 것 같다. 희로애락이 가득했던 선수 시절이었기에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원 클럽맨,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았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한 팀에서 600경기를 뛰었다는 것도 그렇고. 정말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쉬지 않고 달려온 정영삼이기에 이제는 쉬고 싶었다. 그는 당분간 ‘농구’라는 단어를 잊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또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살겠다고 한다.

정영삼은 “지금부터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쉬고 싶다. 아이들의 아빠로 열심히 살아야 할 때가 왔다(웃음). 찬윤이가 농구를 하고 있어서 저번에 지방에도 한 번 내려갔다 왔다. 또 아내와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은퇴 결심한 뒤에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운동 선수였다 보니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이제는 마음 편히 쉬고 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정영삼(38)은 한때 KBL 최고의 슬래셔였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는 대표팀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었다. 사진=KBL 제공
물론 팬들과의 이별은 쉽지 않다. 정든 인천 팬들, 그리고 마지막 시즌을 함께한 대구 팬들까지 정영삼은 모두를 기억했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인천, 그리고 대구 팬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고 또 많은 응원을 받았다. 팬들이 만들어준 ‘드웨인 영삼’이란 별명도 꼭 간직할 것이다”며 “처음 이 별명을 들었을 때 너무 기분 좋았다. 드웨인 웨이드, 마누 지노빌리와 같이 농구를 하는 걸 좋아했다. 부상만 없었다면 상대 수비를 마음껏 박살 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쩌겠나. 전성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재밌게 농구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랐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코트 위에서 뜨거운 열정과 승리 의지를 보였던 한 남자가 농구장을 떠난다. 평가는 엇갈릴 수도 있다. 우승 반지가 차지하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에 평생 꼬리표처럼 달릴 것이다. 그러나 정영삼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고 또 구단을 사랑한, 자부심 가득했던 선수를 떠올려 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의 제2의 인생은 항상 ‘우승’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