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률 항우연 원장"우주청 설립 중요하지만..항우연·ADD 등 기관 간 역할 분담부터"
주제강연-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인터뷰
현재 '우주 R&D 시스템'으론
기관 협조 미흡해 재정립 필요
민간 참여 '뉴스페이스'도 한계
범부처 조율할 구조 만들어야
“지방선거(6월 1일)나 달 궤도 탐사선 발사(8월 3일) 이후 항공우주청에 관한 그림이 그려질 듯한데 우주 연구개발(R&D) 기관의 역할을 정리해 효율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아직은 우주 컨트롤타워가 지역 갈등 이슈 쪽만 부각되다 보니 우주 R&D 기관 간 역할 분담에 관한 논의는 아예 뒷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언급한 우주 R&D 기관은 항우연,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 일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센터 등을 뜻한다.
그는 “현재 우주 R&D 시스템으로는 기관 간 협조가 미흡하고 국제 우주 협력, 민간이 우주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뉴스페이스도 힘 있게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각 R&D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 각자 잘하는 것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통해 각각의 개발 분야를 통합하거나, 기관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각자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주통신의 경우 ETRI가 전문으로 항우연은 전문 인력이 매우 적은 편이다. KAIST 인공위성센터는 소형 위성 일부를 개발하지만 항우연처럼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누리호는 1.5톤급)까지 감당할 역량은 부족하다.
이 원장은 “그동안 우주 컨트롤타워가 없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항우연과 국방부 산하 ADD 간 교류에 한계가 있었다”며 “위성에서는 물밑에서 협력이 됐으나 발사체 쪽은 협력이 안 됐다. 앞으로는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 R&D 기관 간 역할 분담을 하면 과기정통부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다목적 실용위성 시리즈(아리랑) 같은 액체로켓 중대형 위성은 지금처럼 항우연이 하되 ADD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DD 등 군이 500㎞ 상공에 1톤급 이하 고체로켓 위성을 띄울 때 역시 항우연의 일부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30년으로 예정된 달 착륙선 발사나 현재는 불투명하지만 2029년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가 현실화할 경우 항우연과 ADD가 각각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을 활용해 협력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한국천문연구원 주도로 아포피스가 2029년 지구와 달의 10분의 1 거리까지 근접해 지구를 지나갈 때 탐사한다는 계획은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 원장은 뉴스페이스와 관련해 “항공우주청이 출범한 뒤 우주 기업이 역량만 된다면 지금처럼 R&D 과제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처럼 아예 계약 형태로 맡기는 것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며 “하지만 조기에 방식을 바꾸기에는 애로가 있을 테니 항우연과 ADD가 좀 더 기술이전이라든지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 기업이 뉴스페이스를 내세워 정부 기관이 할 국가 임무형 연구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방산 수출이 7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국방우주 분야 수출은 아직은 제로”라며 “국방우주의 수출까지는 몇 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우리가 30년간 우주개발을 해왔지만 아직 새로운 우주 패러다임으로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연 우주 월드컵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선도국과 국가대표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우주 컨트롤타워가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외교부 등 범부처를 망라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국방우주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우주에 관한 큰 그림을 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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