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8배 늘었는데..여전히 공제 한도는 5000만원

김정환,전경운 2022. 5.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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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 이전 막는 상속·증여세
韓경제 몸집 3배 넘게 커지고
상속재산 규모 8배로 뛸 동안
구시대적 상속세제는 그대로
美는 상속·증여 통합 공제
부모 1인당 150억까지 가능
"과세표준 상향·세율 인하 등
제도 손질로 경제활력 돌게"

◆ 현실 못따라가는 세제 (下) ◆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이 지난해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부의 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GDP)·2057조원)보다 1.5배 많은 자산이 고령층에 속해 있고 경제 규모도 커졌지만 상속세를 매기는 최저 자산 기준은 22년째 10억원에 머물고 있다. 증여세 공제 한도 역시 자녀에게 증여할 때 2015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찔끔 오른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상속·증여세제 때문에 고령층에서 젊은층으로 부가 원활하게 이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7일 한국은행과 국세청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상속세가 개편·시행된 2000년 이후 국내 경제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2000년 652조원에 불과했던 명목 GDP는 지난해 2057조원으로 3.2배나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377만원에서 4024만원으로 3배가 됐다.

경제성장 추세에 발맞춰 상속 규모는 더 늘었다. 상속재산(상속이 개시될 때 상속세가 부과되는 과세 대상)은 2000년 3조4134억원에서 2021년 27조4139억원으로 8배가 불어났고 신고세액은 5137억원에서 5조1764억원으로 10배나 껑충 뛰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상속인에게 자기의 권리·의무를 물려주는 사람)은 1389명에서 1만1521명으로 8배가 늘었다.

증여재산 역시 2005년 7조4371억원에서 2020년 43조6133억원으로 6배 이상 뛰었다. 증여세 산출세액도 같은 기간 1조5587억원에서 12조4289억원으로 치솟으며 세 부담이 대폭 확대됐다.

상속세는 통상 매매가 10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같은 재산에 매겨진다. 세부적으로 상속 재산가액에서 공과금과 채무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 가운데 기초공제(2억원)와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원씩을 과표에서 빼주는 인적공제 등을 통해 과세표준을 구하고 여기에 세율 10~50%를 곱해 세금을 부과한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흐름과 자산가격 상승,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과세표준 상향과 세율 인하 등 전면적인 상속세제 손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정부가 지금의 징벌적 상속세 과세체계를 고쳐 70~90대 고령 세대에서 30~50대 세대로 부가 이전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상속세를 부담하는 최저 기준은 오랫동안 자산 10억원 이상이었는데 그동안 한국 경제는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세와 납세자 비율을 고려하면 최저 과세 기준을 20억~30억원으로 인상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율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룡 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중위값이 10억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대폭 현실화해야 한다"며 "과표 구간을 현행 1억원, 5억원, 10억원, 30억원 이하에서 10억원, 50억원, 100억원, 300억원 이하로 높이고 부부간 상속·증여는 완전 비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일본 등 이미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고령층으로 편입된 선진국들은 부의 이전이 빨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고령층 재산이 자식 세대로 상속·증여되면서 주택 구매와 창업, 자선단체 지원 등 경제적 활동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의 70세 이상 연령층 순자산이 지난해 1분기 기준 35조달러(약 4경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같은 부의 이전은 세제가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에 납부하는 상속·증여세의 통합 공제 한도가 부모 1인당 1170만달러(약 148억원)에 달한다. 부모가 각각의 최대치를 자녀에게 상속·증여할 때 3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넘겨줄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 부가 이전되도록 사실상 자유롭게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령층 자산의 이전 필요성을 절감한 일본도 2015년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증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했다. 특히 자녀 교육비 등 지출 부담이 큰 40·50대 소비 위축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조부모가 손자·손녀에게 교육자금을 증여할 때 1500만엔(약 1억5000만원)까지 한시적으로 비과세를 적용했다.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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