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칸영화제] 칸 홀린 아이유.."세밀한 가족 초상화" 12분간 기립박수
아기는 증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소영이 아기를 되찾겠다며 다시 온다. 악바리 같은 소영의 추궁에, 동수는 버린 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고 대꾸하다 그에게 입양의 당위성을 차분히 설득한다. 이후 소영은 아기 우성의 양부모를 중개하겠다는 두 남자의 대책 없는 여정에 함께한다. 중개수수료는 '반반'이다.
불법 입양의 세계는 경악스럽다. 남아는 1000만원, 여아는 800만원. 한 막돼먹은 부부는 아기 외모를 이유로 '값'을 흥정하다 카드 결제 따위를 운운한다. "찾으러 오겠다"는 부모 쪽지에 희망을 걸고 입양 제의를 부지런히 거절한 아이들, 정이라도 들까 무서워 아기를 잘 돌보지 않던 미혼모들. 상현·동수·소영의 새 부모 찾기 프로젝트는 부산에서 서울로, 또 인천으로 이어지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근원적 질문을 스크린에 전시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어느 가족'에서 보여줬던 화두인 대안가족 모티프가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지는 점은 명확하다. 고레에다 감독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집 밖으로 나간' 홈드라마다.
'어느 가족'에서 인물들이 한집에 모여든 이유가 다름 아닌 자본, 즉 '먹고사니즘'으로 대변되는 궁핍 때문이었다면 이번 영화 '브로커'는 인물의 구심점이 신생아, 즉 생명 자체다. '브로커'의 모든 캐릭터는 아기에게 불운했던 자신의 옛일을 투사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할 마법 같은 힘을 얻는다. 예상 가능한 신파와 통속일지라도, 부정할 수 없는 얘기란 점은 명징하다.
피도 없고 섹스도 없는 부드러운 장면 속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은 거대한 은유의 박물관 같다. 소영이 서울행 KTX에서 속엣말을 꺼내는 장면, 한 번도 긍정받지 못한 삶을 서로 위로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매력을 설명한다. 보육원 대표인 친구가 부는 호루라기, 차 트렁크를 잠그는 주황색 빨랫줄, 아기 우성의 희미한 눈썹,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세차장 비눗물, 무엇보다 왜 상현의 직업이 세탁소 사장인지도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 송강호가 열연한 상현은 일종의 남성화된 할머니로서, 옷감을 바느질하는 그는 '어느 가족'의 하쓰에 할머니를 연상시킨다.
이 때문인지 외신 반응은 양극단의 스펙트럼을 형성했다. "가장 인간적인 결론까지 따라가게 만든다"(미국 버라이어티), "선택된 가족에 대한 세밀한 초상화"(뉴욕타임스) 등 호평 이면에서 "영화는 브로커들을 그저 사랑스럽고 결점 있는 남자로 묘사한다"(영국 가디언)는 비판까지 나왔다. 다만 고레에다 감독과 배우들은 상영 직후 현장에서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을 연출하면서 제 안에 답을 가지고, 목적의식을 갖고 찍지는 않는다"며 "한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졌고 어떤 감정을 갖게 됐는지를 그들의 여행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여행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고 또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발견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2016년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서 말한 '바라보고 보여주기' '재현과 생성'에 대한 화두가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일본인이지만 영화 '브로커'의 국적은 100% 한국이다. 자본·제작진·배우가 모두 한국인이어서다. 올해 칸영화제 최종 심사 결과는 28일(현지시간) 저녁 발표된다.
[칸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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