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가가 주목한 '역사의 빅사이클'..통화전쟁 G2갈등의 미래는 [Books]

김슬기 2022. 5. 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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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질서 / 레이 달리오 지음 / 송이루·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펴냄 / 3만8000원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는 코로나19와의 전쟁 한복판인 지난해, 베스트셀러 전작 '원칙'의 뒤를 잇는 책을 펴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현인조차도 전염병엔 속수무책이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초기, 처참한 수익률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를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래의 시간은 우리 세대가 경험한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이 책은 그가 위기에 대처하는 원칙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가 체감한 과거와 다른 거대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막대한 빚과 제로금리로 인해 전 세계 3대 기축통화국이 엄청난 양의 화폐를 발행했다. 둘째, 지난 100년간 발생한 빈부 격차,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로 인해 국가별로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으며 특히 미국에서 이 현상이 심했다. 셋째, 새로운 강국(중국)이 출현해 기존 강국(미국)과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과거에서 지혜를 길어오기 위해 그는 제국의 흥망성쇠와 기축통화, 시장을 연구했다. 그가 지목하는 현재와 유사한 과거는 1930~1945년, 바로 대공황 이후다. 이 시기 네덜란드와 대영제국의 부상과 쇠퇴가 있었고, 중국 왕조의 흥망이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흡사한 과거의 유행병과 기근, 홍수 같은 자연재해 또한 그의 참고문헌이 됐다.

그가 연구한 제국과 왕조는 전형적인 '빅 사이클'을 그리며 성장했다 사라졌다. 빅 사이클은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대폭 향상되는 평화롭고 풍요한 시기,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며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와 생명 등이 파괴되는 불황기와 폭동 및 전쟁이 발생하는 시기로 구분된다. 평화기는 불황기보다 일반적으로 5배 정도 길기에 불황기는 또 다른 평화기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된다. 그는 "이 사이클이 변화할 때 역사의 지형이 바뀌고 사람들의 삶이 큰 폭으로 변화했다"고 단언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우리의 부모 세대는 전후 경제 호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호황기에 채무로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은 불황이나 전쟁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다. 달리오의 평생 동안 달러화는 세계 기축통화였으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우월한 정치·경제 체제였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그 어떤 정부, 경제 체제, 통화, 제국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이 무너질 때 경악하면서 같이 무너진다.

이 책의 백미는 지난 500년간의 과거 제국들을 다룬 1부와 미국과 중국의 지난 50년을 다룬 2부에 뒤이어 나오는 미래를 다룬 3부다. 예언은 흥미롭다. 그는 현재의 기축통화는 과거의 기축통화와 유사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기울다가 매우 빠르게 쇠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미국의 큰 문제는 내부 갈등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15%와 민주당 지지자의 20%가 상대편의 다수가 '그냥 죽어버리면' 나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내 갈등 수준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1900~1910년대와 흡사하다. 브리지워터가 만든 알고리즘에 따르면 미국은 빅 사이클의 약 70% 위치에 도달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쇠퇴를 반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도전과도 싸워야 한다. 이 책은 중국과 미국 간에 소규모 충돌은 일어나더라도 상호 확증 파괴에 대한 기대심리가 군사 전쟁은 저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가 분석한 10년 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약 35%다.

더 큰 위협은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다. 1970~2020년 환경 재난은 연간 50건 미만에서 연간 200건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위기 요소가 증가해가는 미국 제국의 황혼기를 맞아 세계가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인류의 창의성뿐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가 꼽은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역학 관계의 변화는 단기 부채·통화·경제 사이클, 내부 정치 사이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와 상호 의존도 감소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용을 창출해 일으키는 통화 사이클은 2008년 시작돼 대대적인 부양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는 책 출간(2021년 11월) 후 약 4년 뒤 침체가 올 것이며, 커다란 위기도 약 5년 뒤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동시에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즉시 중앙은행이 또다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통화 가치 훼손이 더 우려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1년 뒤 전쟁이 일어났고, 미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역사의 유일한 교훈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50년을 통해 달리오가 얻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장과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진화가 빚어내는 상승세에 베팅하되,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사이클과 충돌에 무너질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는 상징적이다. "누구나 틀린다는 가정에 근거해 베팅하는 법을 익히라." 분산 투자의 달인다운 결론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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