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파도타기에 도전한 여성..인생을 배우다
서핑은 나이 들어 배우기 유독 힘든 운동이다. 사실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근육을 맞물리게 해서 일상이나 다른 스포츠에서 흔치 않은 동작의 조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는 단계에서 각종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크다.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빠져본 사람은 안다. 힘이 쭉 빠지고 근육은 도통 움직이지 않으려는 상태지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평온과 만족이 찾아온다는 것을. 끝없이 실패하면서도 파도타기에 도전한 미국 중년 여성의 분투기가 흥미로운 인생 교훈과 더해져 책으로 나왔다.
멋진 집과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편, 남들이 선망하는 '모범' 인생을 이뤘다고 자부하던 여성이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로 표류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텅 빈 인생을 살던 저자는 취재를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 인근 몬타우크 해변을 찾았다가 운명처럼 서핑과 만나게 된다. 푸른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 모습에 반했지만 스스로 해볼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서핑캠프에서 강습을 받고 평생 방어적으로 살아왔던 인생을 바꾸기로 한다.
우선 회사에서 무려 30㎞나 떨어진 브루클린 남쪽 해변 마을 로커웨이에 집을 얻고, 서핑 위주로 돌아가는 삶을 시작한 것이다. 친구 결혼식에 초대받으면 근처 해변의 서핑 수업을 예약하고, 휴가지도 서핑 위주로 고른다. 성공하지 못해도 쉽게 좌절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서퍼들과 친밀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저자가 경험한 서퍼들은 게으름뱅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열심히 일하고 치열하고 야심만만하다. 그저 돈이 아니라 파도를 추구하는 것뿐이다.
저자가 혼자 파도를 잡는 '작은 승리'를 경험하고 서핑을 계속해 나가는 대목에서는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고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 물속에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하면서 저자가 성장해 나가고, 아울러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의 충격에서 공동체가 회복하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서핑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관련 용어가 정리된 책갈피가 책과 함께 딸려올 정도로 각종 서핑 어휘가 가득한 점이 부담되겠다.
또한 저자가 어머니 유품을 챙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예쁜 물건들이 티슈나 비닐에 곱게 싸여 있는 모습은 인생에 그런 쓰레기를 남기면 안 된다는 결심을 굳히게 해준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답게 생생한 묘사와 유머가 풍부해 읽는 재미가 있다. 중년 이혼 여성의 마음을 흔드는 멋진 남자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장면에선 로맨스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넷플릭스가 영화로도 만든다니 실제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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