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우리 말 좀 해요"..혐오 걷어내고 일단 대화부터
심리학을 공부한 뒤, 자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픈 생각에 정신과 의사로 진로를 바꾼 나종호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사람 도서관의 사서를 자처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뉴욕대 레지던트를 거쳐 예일대에서 일하는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독자는 그가 만든 사람 도서관의 목록을 같이 살펴보고,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저자는 노숙자, 약물 중독자 등 단어 자체만으로는 그 사람의 맥락이 담기지 못해 지나치게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변호사 출신의 노숙자, 아내가 그리워 다시 약물에 손을 댄 노인 등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해도를 높여준다. 저자 자신만 해도 한국에서야 명문대를 나온 중년 남성이지만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비주류가 되고 나니 쉽사리 낙인찍는 행위를 자제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과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경험해본 사실에 대한 동정을 넘어 그 사람의 처지가 돼보는 공감에까지 미친다. 꼭 같은 경험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화를 통해 공감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일만으로도 수많은 정신적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면서도 슬픔을 숨기다 보니 항우울제 처방률은 최하위라는 한국인에게 정신과를 찾아 대화하고, 치료받아 나아지는 것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 일깨울 수 있어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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