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제는 K리그에서 도민구단이 없어져야 하는가?

금윤호 2022. 5.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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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최근 유력 정치인이 한 시민구단을 놓고 "기업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일부 축구팬들이 분노를 표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해당 정치인의 입장은 도지사 자격으로 '도민구단'을 운영해본 경험에서 비롯됐다. 시도민 구단을 지자체가 계속 운영하면 투자 한계가 있고, 지속적으로 '돈'이 든다는 것.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시도민 구단의 본질적 차이는, 좋아하는 구단이 자리한 곳과 같은 곳에 있다는 '소속감'이라는 크기의 차이다.

2000년대에는 유럽축구와 국내축구를 비교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당시 국내축구가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로 '카메라 앵글과 숫자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비해 요즘 국내축구는 중계 수준은 상당히 개선돼 '보는 맛'이 좋아졌다.

이러한 콘텐츠 때문에 새로운 팬들이 유입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90분 내내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숏폼 영상으로만 봐도  K리그라는 콘텐츠를 챙겨보게 되는 것이다. 근래는 'K리그가 일을 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앞서 말한 정치인은 "K리그가 야구와 달리 경기 숫자가 부족해 '선전'이 안붙는다"고 했는데, 지금의 K리그는 경기장 안에서만 즐기는 상품이 아니다. 1년 내내 우리의 일상에 콘텐츠로, 커뮤니티로 따라다닌다. 그가 말한 '선전'은 콘텐츠 안에서 붙이면 그만이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제 막 재밌어지기 시작한 K리그에서 다음의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도민구단'을 없애야 한다는 것. 물론 이에 대해 일부 축구 팬들은 격분할 수 있겠으나, 대승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시민구단과 도민구단이 맞붙는다면? 어딘지 모르게 뭔가 어색하다. 소속감과 소속감이 붙는 대결인데, 서로 코드가 맞지 않으니 이 구도는 애초에 요즘 말로 '텐션'이 일어나지가 않는다.

'도시 대(對) 도시' '브랜드 대 브랜드'가 붙어야 흥미가 발생하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승패를 겨루는 구도이다 보니 자연스레 한바탕 논쟁을 벌어진다.

옛 수원 삼성과 안양 LG의 '지지대더비'가 그랬고, 서울로 연고를 옮기고도 '도시 대 도시' 구도가 깨지지 않아 자연스레 슈퍼매치로 이어졌다. 야구로 보면 '잠실더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있다. 농구에는 '통신사 더비'가 남아있다.

축구의 도민구단은 기본적으로 대결 구도를 방해한다. 그렇다면 K리그에 경기FC는 왜 없고, 대구FC는 있는데 왜 경북FC는 없는건가. 다시 한번 되짚지만, 이는 도민구단이 혈세 낭비를 하니 해체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근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니 재정비를 해보자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서 경기 관람을 하기 좋은 경기장과 팬들의 소속감을 기반으로 한 지역 연고 마케팅이 확실한 연고지가 필수적이다. 대구FC는 축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경기장을 적절한 크기로 지었다.

관람하기 좋은 구장이니 많은 팬들이 찾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주변이 소위 '핫플레이스'가 된다. 반면에 경남FC는 경기장을 찾아 관람하다 보면 눈이 부시고 비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구FC를 조명하는 미디어 결과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상 굉장히 흡입력이 세다. 만원 관중이 1만 명 남짓해도 대단한 열기가 콘텐츠에 담긴다. 요즘 세대는 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를 화제의 영상을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단지 에버랜드이기에 간다고만 볼 수는 없다.

대구FC는 50-50을 달성한 브라질 출신 세징야를 중심으로 경기력도 좋지만 최근 그 콘텐츠와 분위기 역시 '세징야급'인 것이다. 자연스레 대구라는 유니폼을 보면 설레게 된다.

동아리나 동호회가 아니라 프로의 무대다. 그렇다면 최대한 제대로 멋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도민구단 이름은 그걸 방해한다. 도민구단이 몇 없으니 최대한 짚어보자면 경남FC는 예산을 좀 더 크게 편성할 수 있는 '창원 특례시'로 승격했으니 창원FC로 변경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같은 도시에 있는 NC다이노스도 야구장 여기저기서 창원을 강조하고 농구단 창원 LG는 팀명 자체가 응원 구호로 쓰이기도 한다.

전북 현대는 도민구단은 아니지만, 도 지명이 들어간 구단이다. 전북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이름을 바꿀만한 곳이다. 모그룹이 있으니 도청의 지원이 필요한 다른 도민구단들과는 사이즈가 다르다. 이미 전주 KCC 농구단이 있어 클럽명을 전주현대FC로 변경해도 큰 이질감이 없다. 축구장도 이미 팬들은 '전주성'이라 부르고 있다.

끝으로 강원FC야말로 강릉FC 혹은 춘천FC 등 큰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최대한 지역 밀착 마케팅을 해야 지역에 녹아들 여러 기회가 생긴다. 실무자들도 행정력 낭비 없이 해당 지역 민심과 상권을 분석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 만약 강원FC가 강릉FC로 변신한다면 이영표라는 스타 출신 사장이 강릉 시민들과 얼마나 교감할 수 있겠는가.

이제 K리그도 BTS나 오징어게임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한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교통정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BTS도 데뷔하던 날 '빅뱅'처럼 되고 싶다 했지, 소속사 YG만큼 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진지하게 클럽명 단일화를 고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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