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X아이를 맡고 있는 최준용입니다" [국영호의 스포츠人사이드 #13]

국영호 2022. 5. 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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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 나이츠의 X아이를 맡고 있는, 최준용입니다.”

최준용(SK,28)의 돌발 인사에 모두가 놀랐다. 스튜디오가 잠시 정적.

분위기를 추스르고는 ‘SK의 프로농구 통합우승 달성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당연히 예상했고요. 감독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이번엔 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팀이 잘 나간 거죠”라고 말했다. 또 다시. 정적.

최준용은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작년에 (제가 다쳐서) 문경은 감독님이 피해를 보셨죠(경질)”라며 의도를 알 수 없는 눈빛을 하며 말했다. 이제야 최준용이라는 선수의 캐릭터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진정을 하고 ‘문경은 전 감독에게는 위로를 해드렸느냐’고 묻자 역시나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그런 말 안했고요. (문 전 감독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너무 축하한다’고. 그리고는 ‘왜 자기 때는 그렇게 안했냐’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역시나 프로농구 이슈 혹은 트러블 메이커, 악동, 괴짜로 불릴만 했다.

프로농구 최초의 전관왕(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이끌고, 정규리그 MVP를 거머쥔 최준용은 올 시즌 입담만큼이나 막강 기량을 보여줬다. 경기당 16득점(국내 3위), 5.8리바운드(국내 3위), 3.5어시스트 1.1블록슛이었다. 그런 그를 MBN 스포츠 전문 토크쇼 ‘스포츠야’에서 만났다.

“농구 대통령 되고 싶다”는 자신감
오디오 장비 문제로 다행히(?) 인사말부터 재촬영했다. 다시 인사말을 부탁하자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SK 나이츠 최준용입니다. 현재 KBL의 ‘농구 대통령’입니다”

이때부터 어떤 캐릭터인지 감이 온지라 개의치 않고 지난 시즌 전관왕을 달성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며칠째 계속 저희 팀 동료들과 축하파티를 하고 놀러 다니는 중입니다. 7일 연속 술을 먹었어요. 저는 술을 잘 못 하고요. 생긴 거랑 다르게 잘 못해요. 저희 집에서 컴퓨터 게임도 하고요. 저는 게임을 다 좋아해요. 시즌 때는 못하니까 한이 맺혀서. 하하.”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놀 자격이 충분했다. 그리고, 올 시즌 경기력에 관해 칭찬이 쏟아지는 점에 주목해 ‘어떤 말이 가장 듣기 좋은가’란 질문에 다시 한번 인사말에 등장했던 ‘농구 대통령’ 얘기가 나왔다.

“제가 듣고 싶은 말은 한 번도 안 나온 것 같아요. ‘쟤는 아무도 못 막는다’처럼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론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선수는 물론, 감독, 코치님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은 거죠. 과거에 '농구 대통령‘(허재를 지칭)이 있었다면, 현재에도 ’농구 대통령‘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비는 자신이 있습니다. 공격은 다듬어야 할 게 있지만.”

‘역시 운동은 자신감으로 하는 것’으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아니니 이런 패기 혹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관종 맞다”는 자기 표현력
최준용은 스스로 얘기를 한 것처럼, 굉장히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다. 과거 SNS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는데 반성은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조차 떠안고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SNS의 경우, 나쁜 이슈도 있어야 팬들이 즐거워하지 않을까요. 실수를 했을 때나, 좋은 걸 올렸을 때나 재밌잖아요. (Q.그래도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다고 제가 과연 조심할까요? 하하. 저는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해야 하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 말을 듣기 싫으면 저한테 마이크를 주지 마세요. 하하. 뭔가 조금 더 자극적인 걸 듣고 싶어서 주실 때도 있는데 그런 건 또 싫더라고요. 그런 건 애초에 응하지 않죠.”

직설적인 언행은 물론이고 남다른 패션 센스를 갖춘 최준용에게 그래서 직접적으로 물었다.

“(Q.나 사실 ‘관종’(관심종자)이다?) 인정합니다. 저 관종이에요. 올스타전 때도 뽀로로 복장 하기 10분 전에 그 옷을 주셔서 입으라고 하더라고요. 일부러 KBL 아저씨, 아줌마들이 일부러 저를 그렇게 만들어요. 놀린다고. 그래도 다 즐거워요.”

올스타전 때 파격적이었던 뽀로로 복장을 먼저 언급한 건데, 아무리 ‘관종’이라도 해도 조금은 후회가 되는 모양이었다.

“제 팬 중에 어린 팬이 엄청 많아요. ‘뽀로로보다 최준용’이라고 적힌 피켓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뽀로로를 해야겠다’고 해서 복장을 착용했죠. 그렇게 해서 끝나고 영상을 다시보기로 봤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보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Q.그럼 지우개가 있다면 그 순간을 지우고 싶나?) 그렇진 않아요. 영상을 제가 안보면 되는 거죠. 제가 실수했던 것도 저한테는 경험이고 추억이기 때문에. 제가 지우고 싶은 건 없어요.”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구단주인 최태원 SK텔레콤 회장과 ‘가슴 하이파이브’를 하고 샴페인을 뿌려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도 했다.

“행사 전부터 관계자분들이 ‘그런 짓 하지마’라고 제게 유독 주문하셨는데, 분위기에 취해서 막 뿌렸죠. 나중에 회장님하고 같은 테이블에서 대화를 엄청 많이 했는데, 농구를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고, NBA도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우승의 기쁨보다 이런 대화를 하는 게 성공의 맛이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해주시더라고요. 이제 친구죠, 하하.”

선을 넘나드는 ‘감독과 관계’
최준용은 코치 시절부터 함께 했던 전희철 감독을 향해선 선을 넘나들었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전희철 감독이 “최준용이 변했다”고 했던 말에는 코웃음을 쳤다.

“저는 처음 듣는 소리인데? 감독님이 저한테는 칭찬을 잘 안하세요. 카메라에서만 ‘착한 척’을 하시는데 저한테는 따로 ‘너 덕분에 잘 됐다’ 이런 말씀을 잘 안해주세요. 감독님이 이거 보시면 또 저한테 연락오시고 화내실 거 같은데.”

자기 주장이 센 만큼 전희철 감독에게 ‘올 시즌 몇 점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장난 반, 뒤끝 반’ 솔직하게 답변을 했다.

“저한테 시즌 중에 하신 거 보면 점수 주고 싶지 않은데요. 하하. 저한테 화만 내셨으니까요. 장난이고요.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얘기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저희 팀원들한테만 잘해주셔 가지고.”

최준용에 대한 이런 면모(?) 때문에 유독 전희철 감독과 단독 면담이 많았는지도 모른다.

“감독님이 미팅룸으로 정말 많이 부르셨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믿음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해라’가 아니라 ‘난 너를 믿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해. 다만 나만 믿고 따라와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니까 되더라고요. 케미가 좋았던 것 같아요.”

외국인 선수와 ‘룸메이트’
‘SK 천하’를 열 수 있었던 건 최준용을 비롯해 여러 요인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예의 기량을 찾은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최준용은 워니를 ‘밀착 마크’하며 살갑게 지냈다.

“아마 KBL 최초일 것 같은데, 제가 이번 시즌에 외국인 선수와 룸메이트를 했어요. 제가 워니한테 계속 같은 방을 쓰자고 해서 따라다녔어요. 워니가 술을 엄청 좋아하는데, 못 마시게 했어요. 이번 시즌에 한 두 번밖에 안마셨을 거예요. 마인드가 확 바뀐 게 보이더라고요. 사실 서로 많이 도왔죠. 남들이 볼 때는 제가 엄청 세보이고 쿨해보이는 성격인데, 제가 조금 우울할 때가 있는데, 워니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도와줬어요. 가장 고마운 분이 감독님과 워니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스펠멘의 슛을 블록슛하고 흥분을 유도하는 등 잘 막아냈다.

“외국인 선수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외국인 선수들은 트래시 토크(상대를 자극하는 거친 말)를 하면서 동료는 지키고 상대와는 싸우는 모습이 많은데, 그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선수들을 존경해요. 아무튼 그런 게 기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이겨줘야 동료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죠. 기싸움에서 지지 말자.”

농구 얘기에 ‘진심인 편’
최준용은 오롯이 농구 얘기에 들어가자 눈빛도 말투도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쌓아온 결과로 보면, 올 시즌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정해놓은 목표치로 보면 아직 50도 못한 것 같습니다. 올 시즌은 많이 줘야 50점이죠. (Q.이렇게 잘했는데도 50점이면 100점 채우면 NBA 진출하겠는데요?) 맞아요, 제 목표 중에 하나고요. 솔직히 이번에 제가 지금 이룬 건 ‘잠깐’인 것 같아요. 이걸 꾸준히 유지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2018년 첫 번째 우승과 2022년 두 번째 우승의 차이도 진지하게 설명했다.

“2018년에는 ‘어, 우승했네’ 이런 느낌이라 눈물도 나지 않고 끝났어요. 팀에 많은 보탬이 된 것 같지도 않고요. 이번 시즌 우승은 많이 달랐죠. 팀도 팀이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시기가 올해였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면서 기분이 많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우승 기분은 며칠밖에 안가더라고요. 다음 목표를 떠올리게 되고. 졌을 때는 분한 감정이 두세 달 가던데.”

정규리그 때 KGC인삼공사에 1승5패로 절대 열세였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1패로 설욕했는데 승부욕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 했다.“그런 전적, 열세에 관한 질문을 듣는 것 자체로 화가 많이 나서 결과로 보여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아직 제 복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KGC인삼공사를) 다음 시즌에 또 만나면 다 이겨야죠. 당연히 무조건 6승해야죠.”

과하면 탈이 나지만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들면 오히려 활력소가 되고 자극제가 된다. 자유분방함에 뿌리는 두는 농구이기 때문에 최준용이란 캐릭터는 인기가 예전만 못한 농구계에 에너지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반작용도 나올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요소임은 분명한 듯 하다. 이 선수가 어떤 사고를 칠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앞으로도 ‘보는 맛’이 쏠쏠할 것 같다.

[국영호 기자] #프로농구 #SK #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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