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어디서 정신이 번쩍 들었나 [쓴소리 곧은 소리]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22. 5.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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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단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 부여할 것"
이런 인식의 변화가 통치의 힘..정치과잉 말고 '행동하는 협치' 해야

(시사저널=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선정 배경엔 윤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보여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특유의 추진력, 한미 동맹 강화 등 통치철학과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개방, 취임사에서 자유와 반지성주의 강조, 역대 가장 많은 보수정당 정치인이 참석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밝힌 국민통합 메시지, 뚝심으로 관철시킨 한덕수 총리 인준, 역대 새 정부 출범 후 최단 기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등으로 취임 연착륙에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을 위해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상희 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연착륙엔 성공한 듯…'제도적 자제' '상호 관용' 필요

이런 연착륙에 힘입어 집권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국민의힘 지지도, 국정 안정론이 모두 50%를 넘기는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했다. 리얼미터 조사(5월16~20일)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52.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50.1%로 2년3개월 만에 50%를 넘었다. 전국지표조사(NBS·5월16~18일)에선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53%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취임 연착륙 효과로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의 향배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윤 정부는 역대 최악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에 직면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통치 환경이다. 거야의 발목 잡기에 '허니문 없는 대통령'은 변함이 없고, 사방팔방 경제위기로 난관에 처해 있다. 북한은 '핵 선제공격'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동하는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자제'와 '상호관용'이 필요하다. '제도적 자제'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도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지 않는 정치적 신중함을 말한다. '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태도다. 대통령은 법적·제도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명령만 내리면 자동적으로 집행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이란 명령과 과시가 아니라 절제하고 설득할 때 더 힘이 생긴다. 관용은 시혜가 아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상대방(야당)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때 의회주의를 강조했다. 의회주의의 핵심은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자신의 집무 시간의 70%를 야당 의원과 만나 소통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여당 의원과 밥 먹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협치는 야당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있는 여당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야당을 포용하고 협치를 위해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문재인 시절이 좋았다"는 소리 들으면 정권 실패

둘째, 시야를 넓히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특정 이슈에 대한 인식 등이 국정운영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은 '능력주의'를 표방하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면서 '서오남'(서울대, 50·60대, 남성)이 중심이 되었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전체 19명의 국무위원 중 여성은 3명이고,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그러나, 능력에만 치중하는 공정은 위험하다. 자칫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깨달음, 인식의 변화는 통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젠더 문제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 정치 과잉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치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듯이 통치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권은 자신의 선거 연합(동맹)을 완화하기는커녕 방관하거나, 오히려 강화시켰다. 자신들만이 선이고 정의라는 착각 속에서 오로지 지지층 규합에만 골몰하는 포퓰리즘 통치로 인해 외연 확대에 실패하고 국민통합은 사라졌으며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40%대 지지를 받았지만 이례적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극단, 포퓰리즘,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에서 과감히 벗어나 '타협, 협조, 합의'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통치 스타일로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에 나서야 한다. 새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취임 1년 내에 결정된다. 관건은 경제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폭탄으로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 100일 계획'을 발표해서라도 최대 현안인 물가 안정, 부동산 정상화 등에 대한 세심하고 일관된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자칫 잘못하다간 "문재인 시절이 좋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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