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인상에 ASF까지..삼겹살, 많이 올랐는데 고점 아니라니

이상현 2022. 5. 27. 15: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달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소고기 등을 판매하는 육류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옥수수 등 사료용 곡물가가 상승세인 가운데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거리두기 해제 후 외식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에 삼겹살 등 고기류 가격이 현 수준보다 더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강원도 홍천의 한 양돈 농가에서 ASF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국내에서 ASF가 발병한 건 지난해 10월 5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당 양돈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가 1500마리라고 밝혔다. 당국은 질병 확산을 막고자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력과 치사율이 모두 높다. 이 때문에 그간 국내에서 발병할 때마다 양돈 농가에 막심한 손해를 끼쳐왔다. 살처분 등으로 사육 규모가 감소하면 공급량이 준 만큼 소비자가격이 오름세를 보여왔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이 이미 오름세라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삼겹살 1kg당 소비자가는 지난 26일 기준 2만9150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만5584원보다 13.9% 오른 가격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건 사료용 곡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020년부터 가뭄 등 이상 기후로 옥수수와 밀, 콩 등 곡물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분쟁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기준 세계 4위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또 러시아는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6위 옥수수 수출국이기도 하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강원도 홍천 돼지농장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에 따른 긴급 가축 방역 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연합뉴스]
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1t당 밀 선물 가격은 지난 26일 기준 1t당 420.07달러, 옥수수 선물 가격은 301.1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3일보다 각각 50.8%, 29.8% 올랐다.

사료용 곡물가가 상승 중인 가운데 ASF가 터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양돈 농가에서는 ASF의 영향력보다 곡물가 인상의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가축질병 영향에 따른 공급부족은 돼지 도축두수를 볼 때 전년 대비 급격한 감소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최근에 급상승한 현상을 가축질병 영향으로 설명하기에는 통계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료 원료와 관련, "옥수수는 돼지 사료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돼지 사료에서 옥수수는 가장 중요한 원료이며, 온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본격적인 돼지고기 소비자가격 상승이 올해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양돈 농가나 관련 유통기업들이 대개 3~6개월 치 사료 등을 비축해두기 때문에 사료용 곡물가 인상이 국내 소비자가까지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산비용 증가로 양돈 농가도 어려워지고, 시중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도 부담스러워지는 기이한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