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미인도' 이후 한국화에 진심, 붓 들면 불안감 해소"[EN:인터뷰②]


[뉴스엔 박아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사실 김규리는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초반 서진하가 사망한 뒤 후반부 그녀와 똑 닮은 레아로 컴백하기까지 그 사이 공백이 길었다. 주연배우로서 '그린마더스클럽' 전 여정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컸을 터. 하지만 김규리는 이 부분에 있어 전혀 아쉽지 않다고 했다.
"처음부터 감독님이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실 때 그 얘길 해주셨다. 다만 몇 회에서 빠졌다가 몇 회에서 다시 들어간다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어렴풋이 얘기해주셨다. 대본이 나와야 알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다. 서진하가 끝나고 난 다음 레아로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진 대본이 나와야 알 수 있는 거라 대본이 나올 때까지 불안함이 있었다. '난 언제 들어가' 이러면서 말이다. 그때 개인전을 한참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다. 호랑이를 그릴 때여서 그 불안함을 해소하면서 그림 작업을 했다. 언제 나오는지 몰라서 그 시간동안 계속 불어 공부를 했다."
서진하는 극 중 가장 화려해 보이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 안엔 결핍도 있었고 속은 곪아있었다. 이는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규리는 그런 서진하의 모습을 대본을 통해 접하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규리는 "내 인생의 어딘가와 닮아서가 아니라 누구나 저런 상황이면 진짜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진하라는 역할이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보였던 게 결핍이 다른 것이 아니라 가족한테서 오는 결핍이었다. 모든게 서진하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상위동에서는 모든 걸 다 갖고 있고 여유가 있고 모든 엄마들이 친해지고 싶지만 범접할 수 없는 캐릭터, 여신 스타일이라고 해서 캐릭터 설명할 때 그렇게 나와있었다. 겉으로는 다 갖춘 것 같고 부족한 게 없어 저런 여자는 행복해야 되는데 알고보면 가장 불행한 여자는 서진하였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남편 루이(최광록 분)와 예술이었다. 예술로 불안함을 승화시켰는데 그걸로도 해소되지 못했던 가장 큰 결핍을 이은표(이요원 분)는 좀 메워줄 수 있었다. 이은표가 메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은표랑 가장 친한 친구가 됐던 거다. 서진하를 잡아준 유일한 손이 이은표였는데 그 유일한 손이 잡아주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난 연기할 때 대외적인 모습, 우아한 겉모습과 혼자 있을 때 불안하고 예민한 모습,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나 혼자 있을 때 드러나는 진짜 모습들이 굉장히 히스테릭했는데 그래서 서진하가 충분히 대본에서 이해가 가고 불쌍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 연기들을 잘하고 싶었고 더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규리는 이같은 서진하를 색깔로 표현하고자 했다. 김규리는 "대외적인 모습이 나올 땐 미색 계열의 옷을 입었고 서진하가 불안함이 고조가 되고 드러날 때는 성격에 따라 진한 색깔을 입었다. 시기, 질투감이 일어날 땐 원초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서 완전 초록색을 찾았다. 이처럼 연기로서 승화하지 못하는 것들은 의상으로 서포트할 수 있게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옷들을 찾았고 그런 연기를 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스타일리스트도 없이 김규리는 감독과 상의 하에 의상을 결정했고 99%는 자신이 직접 구입하는 열정을 보였다. 김규리는 "드레스를 입더라도 편한 느낌이었으면 좋겠고, 남의 옷을 빌려입은 느낌이 아니라 내 옷을 입고 나오면 다르지 않나. 모든 의상을 최선을 다해 찾았고 되도록 구매하려고 했다. 준비는 했는데 방송에 안 나온 옷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나오지 않은 옷들이 3분의 2다. 서진하의 스타일과 레아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야 되니까 연기나 행동, 말투 모든 것들을 완전히 다르게끔 준비했다. 동대문도 뛰어다니고 디자이너에게 부탁도 해보고 국내 쇼핑몰들도 뒤졌다. 그걸로도 안되면 해외사이트에서 주문해 입은 옷들도 있다. 물론 대행사의 도움을 좀 받기도 했지만 의상을 그렇게 해도 찾을 수 없는 옷들은 아예 의상실에 맡겨 맞췄다. 서진하의 여신 느낌을 찾기 위해 남들은 특별한 날 입는 하늘하늘하고 긴 드레스들을 준비했고 레아 같은 경우 완전 달랐으면 좋겠어서 메이크업도 안하고 꼭 필요한 피부톤만 정리했다. 레아일 땐 심지어 눈썹도 그대로 놔뒀다. 아무것도 안했고 손톱도 원래 있던 상태 그대로 놔뒀다. 또 20~30대 때 입었던 옷들도 다 꺼내서 그 신에 맞춰 입었다. 서진하는 심정적으로 격정적인 연기를 해내야 되는 캐릭터여서 정말 열심히 했다. 레아가 진짜 김규리와 비슷하긴 하다. 평소 입고 다니던 옷들도 입고 행동도 하고 손톱은 사실 아무것도 안 바른다. 레아는 자유로움이 있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규리는 "서진하와 레아 둘 다 애정이 많이 남아있다. 당분간은 재방송을 돌려보지 않을까 싶다"며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이같이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김규리 덕에 서진하와 레아는 모두 공감가는 캐릭터로서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그 디테일 탓에 생긴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레아의 지저분한 손톱이 클로즈업 되면서 레아와 작가였던 서진하가 닮은 인물이 아니라 동일인물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추측들이 나온 것. 이에 대해 김규리는 "당시 내가 전시한 수호전 때문에 호랑이들을 한참 그릴 때였다. 먹은 입자가 고와 손톱에 잘 들어가는데 잘 안 빠진다. 세척을 해도 안 지워진다.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세척을 계속했는데 다 못 빼고 들어갔다. 그게 참 부끄럽고 창피했다. 근데 그걸 보시고서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생각지도 못한 걸 사람들이 유추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웃으면서 감사했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서진하는 예술로 불안함을 승화시켰는데 작가로도 활동 중인 김규리 역시 바로 그 부분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이해가 많이 됐다. 아마도 그래서 감독님, 제작진이 서진하를 놓고 누가 할까 고민했을 때 '아 이 친구면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가 지난해 개인전 할 때라 서진하만 캐스팅이 안됐던 상태였다. 누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김규리 어때요?'란 얘기를 했다더라. 모두가 너무 좋다고 했다더라. 감독님이 그러셨다. 2008년 '미인도'를 촬영하면서 배웠던 한국화로 지금은 전시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심이지 않았나. 진심으로 임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무언가 진심으로 할 수 있는 배우라면 레아로 나왔을 때 진심으로 불어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작가로서 서진하의 예민함, 예리함을 표현하는 걸 공감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시고 내게 기회를 주신 거다."
마지막으로 김규리는 "드라마가 종영했다.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아 촬영 끝난지 2주가 됐는데도 아직 아련하고 너무 그립고 마음이 예전 작품이 끝났을 때와 다른 느낌이다. 촬영이 끝나고 2주동안 너무 허하다. 아련하고 자꾸만 그립고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미련이 남나보다"며 "다음주부터는 그림 작업에 다시 들어가려 한다. 그걸 연기로 풀어야 되는데 작품은 끝나지 않았나. 그런 마음은 내가 스스로 해소시켜야 되는 건데 내가 내 인생에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림밖에 없어서 그림을 그릴 것 같다. 아마 붓을 들면 이런 마음도 해소되고 진정될 것 같다"고 '그린마더스클럽' 종영 후 계획을 전했다. (사진=화화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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