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지도부와 상의 못하고 회견해 사과..최강욱 '선거 전 징계' 못지켜 죄송"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반성과 쇄신’을 주장한 데 대해 27일 사과했다. 586 용퇴론을 둘러싼 논란을 수습하며 586세대를 향해 “청년 정치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 차원의 비상징계까지 거론한 최강욱 민주당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 논란 징계에 대해서도 “선거 전 처리가 어려워졌다”며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정치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이 이날 오후 선거 유세 일정을 취소한 것도 해당 메시지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다”며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사과와 반성’을 주제로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586 용퇴론 등 당 쇄신을 거듭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다. 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고, 박 위원장 주장을 지지하는 이들도 입장 표명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자 박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 징계와 평등법 제정, 검찰개혁 입법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공식적인 회의에서 제가 제기한 사안들이 매번 묻히는 것을 보면서, 국민께 직접 사과하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헤아려주시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586 용퇴론을 둘러싼 논란도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586은 다 물러가라는 것도 아니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586 후보들은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라며 “혁신을 막거나 시대의 흐름과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586 운동권 리더십과 국민의힘의 보수 기득권 리더십으론 국민 행복과 청년 일상을 지킬 수 없다”며 정치권 586 세력의 역할 변화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586은 한걸음 물러나 차별과 격차와 불평등에 맞서는 청년 정치를 지원해야 한다”며 “그동안 독립적인 철학이나 가치 없이 선배 정치인을 따르기만 했던 청년들이 새로운 신념과 가치로 무장하고 당을 주도할 수 있도록 청년 정치를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비상징계권 발동까지 거론하며 추진한 최 의원 신속 징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안타깝습니다만 선거 전 처리가 어려워졌다”며 “국민 여러분께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월20일 합당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낡은 기득권 정치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쇄신안 마련을 촉구했다. 당 윤리심판원 기능 강화를 통한 당내 비리 무관용 원칙 적용, 차별금지법·소상공인 손실보상·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장애인인권보장법 입법 및 공약입법추진단 운영, ‘폭력적 팬덤정치’와 결별, 기후위기·국민연금·인구소멸 등 청년세대 미래 의제 연구, 시도당 교육국 신설과 정치학교 개최를 통한 인재 양성 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선거 승리와 민주당의 미래가 있다”며 “반성과 성찰, 쇄신과 혁신을 위해 모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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