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최저임금.. 中企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최저임금위원회 단골 안건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면서 차등적용제 논의에 불을 지피면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악화됐다며 차등적용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희 회장은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의 차등화, 지불 능력에 따른 최저임금 결정 등,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한다”며 “소상공인의 입장이 충분히 관철될 때까지 전국 규모의 집회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지난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와 차등적용 도입을 건의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사태로 지불 여력이 낮아진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2016~2021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로 나타났다. 주요 5개국(G5) 평균인 11.1%의 4배에 달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은 15.6%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영국, 독일, 미국 등은 1~2%선이었다. 전경련은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면서 이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봤다.
여기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영업이 제한돼 경영 상황이 악화된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경제적 재난 상황에서, 방역조치 동참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며 “이로 인한 영업손실의 회복이 더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현행법을 들고 있다.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에 차등적용이 실시됐다. 당시엔 제조업에만 최저임금이 적용됐는데 업종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1군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받았다. 식료품·섬유·전자기기 등 12개 업종이 1군, 음료품·정밀기계·산업화학 등 16개 업종이 2군으로 분류됐다. 이후부턴 업종 구분 없이 단일 적용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차등 적용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재취업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과 소득 분배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하면 4년 동안 일자리 46만4000개를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낮은 기준을 적용받는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설정하는 데에 대한 객관적 연구나 통계가 없어 어떤 기준을 따를지도 문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1988년 한 차례 시행된 뒤 사라진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종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산업 흐름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등적용제 주장은 경영계의 협상용 카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차등적용제는 선행조사가 필요한 중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에 당장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적절한지 여부는 논외로 두더라도 단기간에 실현 가능하지가 않다는 것”이라며 “경영계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등적용 주장은 노동계의 인상률 양보와 맞교환하기 위한 하나의 ‘패’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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