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했어요" 외국계와 갈라서는 운용사들.. 의사결정 복잡·필요성 모호

권유정 기자 2022. 5. 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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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재개
BNP 뗀 신한운용 역대 최대 실적
"합작 시너지 이전 만큼 크지 않다"

신한자산운용에 이어 하나UBS운용이 외국계 합작사로부터 분리 경영에 나서면서, 이런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작을 통한 시너지 효과보다 복잡한 의사 결정 문제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아, 다른 운용사도 결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뉴스1

2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하나UBS운용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재개안을 의결했다. 하나금융투자가 2017년 하나UBS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계약을 맺은 지 약 5년 만이다. 당시 하나금융투자는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하나UBS운용 지분 51%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말 하나금융투자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이른바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지주 경영진이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해당 사건이 결과적으로 기소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심사는 하나금융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리며 금융당국에 수년간 계류됐다.

하나UBS운용이 UBS와 결별을 택한 건 합작 관계의 실효성 때문이었다. 하나UBS운용은 2007년 7월 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자회사였던 대한투자신탁운용과 UBS 합작사로 출범했다. 출범 때만 해도 하나UBS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업계 상위권이었지만, 그 후 10위권 밑으로 밀려났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1월 프랑스 BNP파리바와 합작 관계를 청산했다. 지난해 1월 신한금융지주는 BNP파리바에셋매니지먼트홀딩스로부터 신한BNP파리바운용의 지분 35%를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02년 두 금융그룹의 자산운용부문이 합작사를 설립한 지 약 19년 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합작 초기에는 금융 선진국 기업들의 노하우를 배운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금융사들 역량이 강화되면서 필요성이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금융사들도 주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며 “우리나라 사업 비중을 줄이려던 시기와 마침 맞아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작 관계에서 비롯된 비효율적인 업무 과정도 청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합작 시기에는)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프랑스에 따로 보고해야 했다”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회사끼리 물리적인 거리가 있기도 하고, 전반적인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 신한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BNP파리바와 분리 이후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운용업계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신한운용 역시 약진했다. 지난해 신한운용 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단순 순이익 규모만 보면 미래에셋(3968억원), 이지스(829억원), KB(779억원) 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이달 초 신한운용의 ‘신한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S&P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 30%대 수익률로 국내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말 출시됐다. 신한K리츠인프라목표전환형 펀드는 모집 4일 만에 442억원 자금을 설정했는데, 이는 올해 설정된 목표전환형 펀드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업계 일각에선 외국계 금융사와 합작사 형태를 띠는 다른 운용사도 하나둘 독자 운용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도 나왔다. 분리 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합작 관계를 맺고 있는 두 회사 간의 의견만 일치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합작사로는 교보악사운용, NH-아문디운용 등이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합작 관계를 끝낸다고, 상대방과 아예 교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유지하는 가운데 업무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독립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 위탁 등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H아문디운용은 농협금융과 프랑스의 농협금융 격인 크레디아그리콜(CA)의 자회사인 아문디가 2003년 함께 설립했다. 교보악사운용은 2007년 교보생명이 자회사인 교보투신운용 지분 50%를 프랑스 보험그룹 악사에 매각하면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시도했지만, 가격에 대한 의견차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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