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규명 위한 신속한 정보공개 필요하다

연합뉴스 2022. 5. 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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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 면담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2022.1.31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북한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이모 씨 피격 사망 사건의 관련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신속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한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27일 '정보공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나'라는 연합뉴스 질의에 "노력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앞서 이씨의 형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해경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 1심에서 상당 부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씨와 안보실·해경이 각각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안보실 관계자는 "항소 취하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변론기일(6월 22일) 전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보실뿐만 아니라 해경의 항소 취하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피살 당시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비롯해 이씨 사건을 둘러싼 전반적인 사실관계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서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국방부는 이틀 뒤인 23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만 발표했다가 당일 밤 연합뉴스 보도로 피살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날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누가 보더라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비판과 함께 23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상황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는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군 기밀을 제외하고 청와대가 국방부와 해수부 등에서 받은 보고 내용과 각 부처 지시 내용, 이씨 동료 진술 조서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해경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청와대가 무언가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유족들의 의구심이 커졌다. 이 씨 아들은 급기야 지난 1월 문 대통령에게서 받은 위로 편지를 반납했다. 문 대통령이 2020년 10월 유족에게 전달한 편지에는 "아드님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돼 있었다.

이 씨의 사망은 지난 22일에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법원이 유족의 실종선고 청구를 인용함에 따라 북한군에 사살된 지 1년 8개월 만에 법적 사망 판정이 나온 것이다. 유족들은 그간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아들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육사 진학을 포기했고, 어린 딸은 아직도 아빠가 죽은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지난 1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며 피살사건 관련 자료의 공개를 약속했다. 부친의 명예 회복을 도와달라는 아들의 편지에 대한 공개 답장 형식이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고,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국가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1심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개 이익이) 비공개 이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했는데, 그러한 법원 판단에 타당성이 없지 않다. 사건 당시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유족의 주장대로 억울함이 있었는지에 관한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국익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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