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과 이연희의 '결혼백서', 다 아는 얘긴데 왜 몰입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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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이들이라면 교과서가 될 드라마('결혼백서')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건 진짜 '백서'가 아닐까. 백서란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하여 그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를 뜻한다. 이런 딱딱한 단어가 '결혼'과 합쳐졌다. 카카오TV 드라마 <결혼백서>는 그래서 결혼을 앞둔 이들이라면 꼭 봐야할 교과서가 될 만한 내용들을 담았다.

프러포즈, 상견례, 경제상황 공유 같은 결혼을 앞둔 이들이 갖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매회 30분 남짓 분량으로 담은 <결혼백서>는 사실 소재만으로는 무수히 많은 멜로드라마에서 이미 다뤄졌던 내용들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백서'로 꾸려놓고 대단히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풀기보다는 자잘한 디테일들과 결혼을 앞둔 이들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니 의외로 빠져든다.

물론 이건 드라마는 소재가 아니라 표현이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혼백서>는 프러포즈를 소재로 한 1회의 부제를 '시구'로 상견례를 소재로 한 2회의 부제를 '사인미스'로 또 경제상황 공유 문제를 다룬 3회의 부제를 '기습번트'로 달고, 이 결혼을 앞둔 상황들을 야구를 빌어 풀어낸다.

즉 본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시구가 갖는 첫 걸음의 설렘을 왜 프러포즈가 중요한가로 풀어내고, 상견례에 양가 부모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예민해지는 상황에 마치 투수와 포수처럼 서로 사인을 보내 이를 대처해가는 커플의 모습을 그렸다. 또 경제권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를 고민하는 커플의 이야기를 기습번트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타자의 심경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결혼백서>가 이미 멜로드라마 등을 통해 무수히 반복된 소재들을 가져오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감대와 반전의 감동이다. 누구나 처음 겪는 결혼을 준비하는 상황에 어딘가 서툰 서준형(이진욱)과 김나은(이연희)의 모습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꺼내놓는다거나 또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잔뜩 준비했지만 서툴게 망쳐버린 상황이 오히려 이 커플을 더욱 풋풋하게 느껴지게 한다.

처음이라 몰라서 겪는 오해들이 쌓이고 그래서 감정 또한 부딪치지만 결국 오해가 풀리는 지점에서 보여주는 서준형의 어떤 말과 행동들은 그래서 반전의 감동을 가져온다. 프러포즈를 애써 준비하다 망쳤지만 그래도 그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 그렇고, 상견례에서 서로 사인까지 주고받으며 양가를 챙기지만 결국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솔직하게 "부족하지만 자신들을 믿어 달라" 말하는 서준형의 모습이 그렇다.

<결혼백서>에는 물론 결혼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보여주는 최희선(황승언)이나 장민우(송진우) 같은 다소 엉뚱하지만 경험이 있는(?) 인물들의 공감 가는 대사들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상견례를 '정상회담'에 빗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어차피 일은 실무진들이 나중에 다 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즉 <결혼백서>라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지상과제처럼 다루는 건 아니고, 결혼이 갖는 만만찮은 현실적 부담이나 어려움도 이 드라마는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30분 남짓의 분량으로 매 회 특정 소재를 갖고 풀어내는 소품 같은 성격을 가진 드라마지만, 일종의 '결혼의 정석' 같은 느낌으로 하나하나 사안들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짧은 분량이 군더더기 없는 정보를 주는 효과를 낸다. 요즘처럼 결혼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웬 결혼백서냐고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드라마가 갖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있다. 그 정보들을 보다보면 실로 결혼이라는 현실의 만만찮음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왜 이들이 결혼을 하는가를 서준형과 김나은 커플의 달달하고 따듯한 사랑이야기에서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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