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명확한 동의 없는 성관계는 성폭행' 법안 하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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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피해자의 명확한 동의를 얻지 못한 모든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규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해 과정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 동반돼야 성폭행으로 인정하던 기존 법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이 법안이 통과되자 현지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방지할 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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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집단 성폭행 사건 '솜방망이 처벌'이 계기
스페인에서 피해자의 명확한 동의를 얻지 못한 모든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규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해 과정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 동반돼야 성폭행으로 인정하던 기존 법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이 법안이 통과되자 현지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방지할 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든 비동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간주하는 일명 ‘온리 예스 이즈 예스(Only yes is yes)’ 법안이 찬성 201표 대 반대 140표로 스페인 하원을 통과했다. 가해자가 폭력을 가했는지, 이에 대해 저항했는지 여부를 피해자 본인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영국 BBC는 “법안은 (성관계 시) 당사자가 명확하게 동의 표현을 했을 때에만 동의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차별적 표현이나 행동·발언 등으로 공공장소에서 원치 않는 모욕을 주는 괴롭힘도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등 성범죄의 범위를 확장한 것도 법안의 특징이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양성평등부 장관은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제부터 스페인은 모든 여성에게 좀 더 자유롭고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법안은 상원 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지난 2016년 스페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일명 ‘늑대무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스페인 소몰이 축제인 ‘산 프레민’ 축제 기간에 20대 남성 5명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한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 이를 자신들이 ‘늑대무리’라고 이름 붙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 공유한 것이 사건 명의 유래가 됐다.
스페인 법원은 그러나 가해자들에 대해 강간보다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죄’만을 인정했다. “피해자가 눈을 감고 있는 등 수동적으로 행동했으며, 남성들이 위협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해자가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을 가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성폭행으로 판결 내릴 수 있도록 한 기존 법의 한계 때문이다. 이후 가해 남성 전원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자 ‘법이 성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고, 스페인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도 잇달았다. 당시 시위는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 확산과 맞물리며 주목을 받았고, 결국 2019년 스페인 대법원은 최종심에서 기존 판결을 뒤집고 ‘늑대무리’ 사건 가해자들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5년 형을 확정했다.
이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제도를 의무화하려는 입법 개편의 움직임이 이뤄졌고, ‘온리 예스 이즈 예스’ 법안도 이 과정에서 2020년 발의됐다. 로이터 통신은 “법안 통과는 좌파 성향의 현 스페인 정부가 성폭력 근절을 주요 의제로 삼은 것과도 연관 있다”고 평가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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