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멸망에 이르는 '명분 없는 정치'

기자 2022. 5. 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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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계양을 출마는 ‘쉬운 길’

대선 연장전에 방탄 시비 자초

이겨도 무의미 패배 땐 치명상

‘개딸’은 ‘문빠’보다 악성 퇴행

대장동 책임 회피용 억지 주장

‘원칙 있는 패배’盧 정신에 배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장 13∼14절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넓은 문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고, 좁아서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문이 생명에 이르는 길이다’는 말이 어쩐지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것 같아 어릴 적 교회에서 처음 들었을 때 와 닿지 않았는데 최근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비쳐 보니 잘 이해가 된다.

여론조사 추세 등을 보면 6·1 지방선거는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투·개표가 끝날 때까지 속단해선 안 되겠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방선거를 3·9 대선 연장전으로 만든 민주당의 패배 조짐이 짙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당 지도부가 오롯이 져야 할 것이다. 이 전 지사는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내로남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대표되는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과 자성의 시간도 갖기 전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무리수를 뒀다. 역시 대선 패배의 큰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사퇴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지역에 아무런 명분 없이 출마한 것으로, 대장동·법인카드·성남FC 등의 사법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는 이 전 지사가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탄조끼를 입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곧바로 제기됐다. 계양을은 송 전 대표가 5선을 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 전 지사가 52.2%를 득표해 윤석열 대통령을 8.6%포인트 차로 압승한 곳으로, 이 전 지사는 전형적인 ‘넓고 편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겨도 별 의미가 없고 패배할 경우는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전 경기지사가 야반도주하듯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 보궐선거에 나오는 데 강성 지지자들의 부추김도 크게 작용했다. 0.73%포인트 차의 패배가 ‘졌잘싸’로 포장돼 악마의 유혹으로 작용했다. ‘개딸’들은 이 전 지사에 대한 광신적 지지를 보냄으로써 당내의 자성·반성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고, ‘문빠’가 그랬던 것처럼 이 전 지사와 민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조빠’들의 맹목적 지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반성·사과할 여지를 빼앗고 국민을 짜증 나게 하는 ‘신원(伸寃) 투쟁’으로 내몰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된 것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게 하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 때문에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처럼 ‘대장동 강’도 건너기 어렵게 됐다.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등 되지도 않는 말장난으로,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한 이 전 지사의 정치적 장래는 어둡다.

맹목적 팬덤에 기대는 정치는 대표 경선 등 당내 투쟁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국민의 지지를 놓고 벌이는 타 정당과의 경쟁에서는 독(毒)이다. 우선 아쉽다고 손을 댔다가 죽기 전에 끊을 수 없는 정치적 마약이 된다. 최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전 지사와 당 유력자 대부분이 쉽고 편한 팬덤 정치에 올라타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낮은 곳으로 당과 자신들을 이끌고 있다. 정치인 이재명과 지지자들이 아버지와 딸로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하는 건 문재인 정권을 망친 문빠 현상보다도 훨씬 악성이고 퇴행적이다.

쉽고 편한 길을 간 정치인은 국민의힘에도 적지 않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낙승이 예상되는 경기 분당갑에 출마하면서 무슨 큰 결단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쉽고 넓은 길’을 간 것이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대선 후보에 당 대표, 송파갑·동대문을 등 서울에서만 4선을 지냈고, 2020년 총선 땐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사퇴하고 대구시장 후보가 됐다.

간디는 7가지 사회악으로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를 꼽으면서 ‘원칙 없는 정치’를 포함시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첫 번째고, 다음이 원칙 있는 패배, 최악이 원칙 없는 패배”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따라왔다”고 말했지만, 최소한 이번엔 정반대로 행동했다. 이 전 지사의 앞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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