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한동훈 현상'의 명암

김충남 기자 2022. 5. 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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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에 계실 때, 정의와 상식대로 하는데 월급 주는 직업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냐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법연수원 부원장 사직 글에 달린 200여 개 응원 댓글 중 하나다.

그런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한 장관과 함께 근무했거나 인사청문회준비단에 있었던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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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서울중앙지검에 계실 때, 정의와 상식대로 하는데 월급 주는 직업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냐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법연수원 부원장 사직 글에 달린 200여 개 응원 댓글 중 하나다. 특수부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 ‘독사’ 등의 별명을 얻은 한 장관은 사직 글에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상식과 정의만 생각했다”며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다”고 적었다. 한 장관 지인들은 그가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인을 일절 만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수사를 한 뒤 4차례나 좌천되면서도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소통령’ ‘이인자’ 등의 프레임으로 파상 공세를 펼칠수록 한 장관의 주가는 더욱 뛰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 “검찰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 등 거침없는 소신 발언은 팬덤을 낳았다. 한 장관이 착용한 넥타이 등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었고, 취임식 생중계 영상 조회 수는 수백만 건을 기록했다. ‘한동훈 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한동훈 신드롬에 그림자도 드러났다. 인사청문회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자녀의 ‘부모 찬스’ 논란은 불식되지 못했다. 한 장관은 자녀의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에 대해 “대입에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강변했지만, 교육 문제에 민감한 국민 정서에 상처를 줬다. “조국과 뭐가 다르냐”는 반대 진영의 비판에 ‘한동훈 표 공정과 상식’의 한 축이 무너졌다. 또한,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로 ‘윤석열 라인’이 전면 복귀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권력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좌천당한 유능한 검사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측면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한 장관과 함께 근무했거나 인사청문회준비단에 있었던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특수통’ 일색이어서 한 장관이 표방한 능력과 공정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밤늦게까지 밀린 서류를 검토하며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향후 인사에서 이런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표리부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검찰 수사 방향도 한 장관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이다. 그는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국민이 바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전 정권에서 뭉갠 권력형 비리는 당연히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동시에 국민은 한 장관이 윤석열 정권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기를 원하고 있다. 야당이 검찰권과 공직자 인사검증권까지 쥐게 된 한 장관을 몰아세울수록 그의 원칙은 더욱 빛을 발휘해야 한다. “한 장관의 새로운 소명 역시 ‘정의와 상식’에 맞는 길일 것”이라는 후배 검사들의 기대가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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