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후보자 검증 보도 돋보였으나, 성비 불균형 더 꼬집었어야

정환봉 2022. 5.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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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새 정부 인사 점검
한동훈 검증 의미있는 보도에도
'기부 스펙' 오보 논란은 아쉬워
검사출신 편중·서오남 내각
문제점 더 날카롭게 지적하길
주요 언론 '용비어천가' 낯뜨거워
한겨레 제역할하려는 노력 보여
10기 열린편집위원회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10일 0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를 운영해나갈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내각 구성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24일 오전 10시 10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한 <한겨레> 보도를 집중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승윤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경식 고철(高哲)연구소장,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준일 뉴스톱 대표, 대학생 위지혜씨,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편집기획위원이 참여했다. 국외 출장 중인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와 회의 내용에 반영했다. 한겨레에서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콘텐츠총괄,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이승윤 :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한겨레에서도 관련 보도에 집중했는데, 전반적인 보도 방향과 기사에 대해 논의해보자.

위지혜 : 우선 인사 검증 보도가 굉장히 다양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기부 스펙’ 관련 보도에서 오보 논란(한 장관의 딸이 노트북을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하도록 연결했지만, 기부 명의는 딸이 아닌 기업인데 제목에 ‘딸 명의 기부’라고 잘못 쓴 것)이 나온 것은 아쉬웠다. 엄밀하게 보도해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오피니언면에서는 인사 문제, 새 정부 인사들의 정치 인식 등에 대한 비판적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같은 주제의 글이 돌고 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가 떨어졌다. 정치권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의제 설정 능력을 발휘해주면 어떨까 한다.

한겨레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새 정부의 에이아이(AI·인공지능) 정책과 관련해 경호 로봇을 활용하는 문제점 등을 짚은 기사가 좋았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는 많은 반면 비판적인 시각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겨레가 기술 발전이 가져올 부작용 등을 짚어주는 보도를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

새 정부 인사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좀 더 큰 범주에서 의제 설정을 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 출신 편중 인사가 문제라고 느끼기는 하지만, 실제 왜 문제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국외에서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인사를 한 사례를 보여주고, 이런 인사가 가져온 부작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도를 했다면 훨씬 날카로운 비판이 가능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통령 배우자 호칭 문제를 다룬 칼럼(대통령 부인의 ‘씨-여사’ 논쟁에 대하여)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독자 의견을 반영한 조처로 대통령 배우자를 ‘씨’에서 ‘여사’로 썼다고 하는데, 독자도 다양할 것이다. ‘여사’로 쓰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모든 독자는 아닐 것이고, 세대 간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한겨레에서 의식하고 있는 독자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김영주 : 저는 사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4월3일부터 5월24일까지 120여개 사설 중 인사 관련한 것이 33건이었다. 한덕수, 정호영, 김인철, 한동훈 등 총리·장관 후보자와 사퇴한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등 주로 개별 인사를 대상으로 사설이 나왔다. 적절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그런 개개인에 대한 비판 이외에 한겨레가 생각하는 인사의 원칙이나 검증 기준 등이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내각 후보자 지명이 ‘국민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려면, 한겨레가 생각하는 국민 눈높이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다양성과 통합 부재 등을 지적했는데, 대부분 사후적인 평가였던 것도 아쉽다. 조금 더 선제적으로 어떤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한겨레가 의견을 제시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준일 : 내각 후보자 검증 보도를 관심있게 봤는데 디테일이 조금 아쉬웠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한 장관 딸의 노트북 기부 명의 문제는 사소한 사항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중요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속보 경쟁이나 단독 보도의 압박감이 디테일을 소홀히 보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보도를 했음에도 그것 하나 때문에 한 장관이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검증 보도는 여러 측면에서 탁월했고 보도 내용이나 취재력은 발군이었다고 본다. 다만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나 검증 보도 등을 많이 하게 될 텐데, 그런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소희 : 한 장관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보도에서 취재원인 대필 작가가 돈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의미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언론으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취재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 한덕수, 정호영, 김인철, 한동훈과 같은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이들이 걸어온 길의 한계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반면 <한겨레21>은 윤석열 정부 인사 114명의 이력을 심층 분석해 6가지 키워드를 뽑아내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한겨레 역시 이런 측면에서 포커싱을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윤 : 인사 검증에서 정책 검증이나 의제 설정이 많지 않았던 것이 매우 아쉽다. 특히 젠더 이슈와 관련해 내각의 성비가 매우 심각한 불균형인 것에 강한 문제의식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더 제대로 이뤄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 출신에 편중된 인사와 서오남 내각이 사회에 어떤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오동재 : 새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기소권 분리 쟁점 같은 것과 달리 많은 취재와 보도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특히 환경부 장관이 탄소중립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이 정부는 탄소중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 보도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또 기후위기 관련 문제의식이 기후변화팀에 치중되어 있고, 나머지 부서는 이 사안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후는 정치·국제·사회부가 모두 다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각각의 기사를 보면 문제의식이 분절되어 있고, 기후·에너지 전문가의 이야기가 기사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명재 :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주요 언론이 ‘윤비어천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낯 뜨거운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겨레가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칭찬하고 싶다.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인사를 넘어서 정부 경영의 비전이 준비되어 있는지, 정책이 체계적으로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잘 나오지 않고 있는데, 한겨레가 특히 칼럼 등을 통해 그런 문제의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 문제나 검찰에 편중된 대통령실 인사 등을 매섭게 지적하는 칼럼들이 많았다. 다만 기사와 칼럼의 불균형이 보였다. 둘이 전적으로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혼란스러울 정도로 괴리가 있다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칼럼은 글쓴이의 시각을 잘 반영하면 그 자체로 완결적이 되지만, 기사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해야 하니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더 정교하고 힘있게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더불어 새 정부 출범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이뤄온 성취와 한계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텐데, 한겨레가 그 계기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경식 : 같은 신문을 보지만 의견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저는 한겨레에 굉장히 비판적인 동시에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 한겨레가 무엇을 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다. 독자를 사람에 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정파적으로 구분된) 사람이 아니라 진보적 가치여야 한다. 그런 관점을 가졌으면 내부 혼란도 적었을 것이고 어젠다에 대한 접근도 달라졌을 것이다.

엄밀한 취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기업이 나쁜 일을 할 때 꼼짝 못 하는 취재를 해서 보도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최근에는 한겨레가 그런 측면이 부족한 것 같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해서도 어떤 기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담은 기사를 많이 쓰는데, 다른 기자는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칼럼 등을 쓰기도 한다.

불균형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기업이 정경유착을 비롯해 잘못을 한 것도 많지만 긍정적인 면이 더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것이 아닌가 한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만평 등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미국에 피해를 입은 것도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개방 경제로 한국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그런데 기업이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너무 비판 일변도로만 보는 것 같다.

김준일 : 오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겨레의 난감함과 곤란함이 더 잘 느껴진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보니 한겨레에 감정 이입이 많이 된다. 한국 언론의 경우 정파적으로 분리가 되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대선 등 큰 정치 이벤트에 휘말리곤 한다. 한겨레도 여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래서 한겨레의 윤석열 정부 비판 기사가 어떤 독자까지 만족시켜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독자층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본다.

이소희 :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인터뷰 기사에서 직접 손님맞이하는 장면을 부각하는 대목이나 이인영 전 장관 인터뷰 기사 등을 보면 한겨레가 586세대인 중년 남성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더 해주면 좋겠다.

이승윤 : 한겨레 쪽에서도 답변할 내용이 있으면 말해달라.

권태호 : 한겨레 독자란 누구인가는 내부적으로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다. 사실 과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한겨레 독자층과 민주·진보적 시민층이 상당 부분 겹쳤다. 과거에는 한겨레 구성원과 독자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 부분 분화됐다. 그래서 기사를 쓸 때 많은 고민이 든다. ‘사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도해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라는 답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이승윤 : 새 정부 출범 관련 기사 논의가 한겨레의 독자, 추구하는 가치 등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확장됐다. 다음 열린편집위원회에서 이 주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10기 열린편집위원들은 5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5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기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 기사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이명재 위원은 “장관 후보자 중 가장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던 인물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짚어 여론을 주도했다. 고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잇단 추적보도를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1.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 검증 보도
정환봉·김가윤 탐사기획팀 기자, 배지현 정치부 기자, 장예지 사회부 기자, 이지혜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대중적 파급력이 큰 주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미 있는 검증 보도가 잘 이루어졌다.”

2. n번방 일반 가담자 1심 판결문 전수 분석 기획 보도
최민영 사회부 기자
심사평: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법원 양형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기사.”

3. 코로나로 빼앗긴 삶 ‘23965’ 기획 보도
신윤동욱 디지털뉴스부 기자, 장현은·박준용·임재희·권지담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 코로나 전담 병원 문제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4. 아빠 성 따르는 ‘부성 주의’ 폐지한다더니…1년 만에 뒤집혔다
최윤아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심사평: “다른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은 기사를 1면에 배치한 한겨레의 관점이 좋았다.”

5.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재택근무 기획 보도
박태우·신다은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 약화와 노동강도 강화를 가져온 재택근무의 문제를 잘 짚었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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