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병원 덮친 인플레.."팔수록 손해라는데, 언제까지 버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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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의약품 유통업체는 얼마 전 A제약사 감기약 1000개를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병원, 약국들에 약 주문수량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가격 인상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일반의약품 약값은 언제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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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비디 이어 쌍화탕 가격 인상 눈앞에
"약 받으려 사다리타기까지"
일반 의약품 가격 줄줄이 오를 듯
대구의 한 의약품 유통업체는 얼마 전 A제약사 감기약 1000개를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제약사 영업사원이 “지금 당장 물량이 100개 밖에 없다”며 “이거라도 받으려면 받으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주문 사흘 후 창고에는 80개만 들어왔다. 업체 관계자는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약까지 이런 지경이다”라며 “제약사들이 원자잿값이 올라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국내 의약품 수급 불안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우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이 진해거담제, 호흡기치료제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시중에서 감기약은 물론이고, 상처 치료용 연고도 찾기가 어렵다. 수급을 맞추려면 약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주장이다. 일부 자양강장제 제품 가격은 이미 인상이 시작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병원, 약국들에 약 주문수량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각종 감기약들이 장기간 품절됐다가 극소량 입고된 후 곧바로 재품절되길 반복 중이다.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500알씩 들어 있는 조제용 타이레놀은 한 번에 15~16병 정도 입고되고 있다”며 “20여명인 회사 영업사원들이 ‘사다리 타기’로 약을 타 가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무관한 약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라미실크림’이나 ‘더모베이크연고’ 등 습진 연고, 고지혈증 치료제,당뇨약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병원 수술실 등에서 쓰이는 지혈제(도란사민)도 지난 4월 이후 공급이 끊겼다고 한다.
업계는 이런 수급 불균형의 주된 원인으로 원부자재값 상승을 꼽는다. 물가 상승으로 의약품 원료값이 올랐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값마저 치솟으면서 운송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감기약 주성분 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값은 올 들어 60% 가량 폭등했다. 이들 원료는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감기약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 해외 수출을 줄였다. 국제유가도 크게 올랐다. 올해 초 배럴당 80달러 선이던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이날 현재 40%가량 오른 배럴당 1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오르는 원자잿값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한 제약사도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진통소염제(덱시프린정), 대우제약도 진해거담제 등 5개 제품을 당분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약 값을 인상해야 하지만,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는 제조업체가 마음껏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공급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가격 인상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일반의약품 약값은 언제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 가격은 이미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이달 초 일양약품이 자양강장제 ‘원비디’ 가격을 12% 인상한 데 이어 광동제약도 ‘쌍화탕’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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